HDC 정몽규, 차남 '후계작업' 착수…지분 확대는 어떻게 ?
오너가 3세 정원선, 임원인사서 상무보 승진과 핵심보직 맡겨 후계구도 초석 다지기
[논객] HDC그룹이 최근 임원인사에서 정몽규 회장의 차남을 상무보로 승진시켜 중책을 맡긴 것은 경영 승계를 위한 초석 다지기로 풀이된다.
HDC그룹은 지난달 26일 지속가능경영 기반구축이라는 목표아래 젊은 리더와 기술인재를 과감하게 발탁, 이들의 주도로 인공지능(AI)·에너지·항만·기술 기반 제조 등 핵심 신사업을 이끌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한다는 원칙아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정몽규 회장의 차남 정원선 상무보가 승진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의 DXT(Digital eXperience Transformation) 실장을 맡은 것이 눈에 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핵심 부서에서 그룹의 디지털전환을 포함힌 미래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정 상무보(31세)는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근무 경험을 거쳐 지난해 말 DXT실에 합류해 실무를 익혔다.
재계에서는 이 인사를 두고 정 회장이 후계구도를 구체화 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주력기업의 핵심 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도록 한 것은 그 시발점이라는 풀이다. 그런데 장남을 두고 왜, 차남 승계일까라는 물음이 나온다.
장남 정준선씨는 기업경영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그룹 내에서 경영 직책을 맡고 있지 않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AI 전문가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연구분야는 머신러닝, 음성신호처리, 컴퓨터 비전 등이다.
장남은 학자, 다시말해 교수의 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승진한 정 상무보가 실질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 상무보가 이번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을 이끌어갈 중요한 직책인 HDC현산의 DXT실장을 맡은 것은 의미가 자못 크다. 향후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경영 수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HDC그룹도 오너가 3·4세의 승진을 통해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기위한 흐름이다.
그의 승진은 단순히 직급상승을 넘어 앞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한 경영 능력과 실적을 검증하는 과정을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 상무보는 앞으로 주요 계열사의 핵심 부서장을 맡으면서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로서 경영승계는 완성되지 않는다. 지분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이양은 보통 경영 능력 입증과 지배력 확보(지분 승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보 승진은 경영 능력 입증 측면의 첫걸음이지만 최종적으로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상무보는 현재 그룹의 지주사인 HDC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 2022년 2월 당시 보유하고 있던 HDC주식 17만주(지분 0.28%) 전량을 본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개인 투자회사인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에 출자했다.
이에 따라 그는 HDC의 주주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이나 자신의 개인 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정몽규 회장 차남의 이번 상무보 승진은 단순히 개인의 영전이 아닌,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포스트를 맡기며 경영 승계 구도를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향후 후계자로서의 역량을 시험하는 첫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