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세상만사’

미국의 한국학 대가였던 돈 오버도퍼(1931~2015)는 말했다. 한국은 “나라가 너무 작고(Too small) 위치도 잘못돼(Wrong location)” 근본적으로 국가가 융성하기는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으로 이 두가지 핸디캡을 너끈히 극복, 세계경제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원마저 부족하니 “잘살아 보겠다”는 열정이 없었으면 ‘한강의 기적’은 이뤄지지 못했으리라.

한국이 결정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부분은 중동 건설붐이다. 한국 근로자 특유의 근면, 성실함에 정부 지원이 더해져 중동 국가들의 수주가 잇따랐던 것. 여기에 언제나 등장하는 ‘근면의 표본’을 다시한번 살펴보자.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 근처의 도로공사를 하던 삼환기업은 준공을 앞당겨 달라는 요청에, 밤에 횃불을 켜고 24시간 3교대로 작업했다. 이를 본 파이살 사우디 국왕이 “저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공사를 더줘야 한다”고 해서 수주는 크게 늘어났고 인근 중동국가들도 공사를 한국기업에 덩달아 안겨줬다.

그런데, 지금 주 4.5일제가 한국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5일제? 이는 주4일제로 가는 ‘바람잡이’다. 1주일에 4일을 근무하게 되면 전체 근로자의 분위기가 ‘흥청망청’일 수밖에 없다. 2011년 7월, 주5일제가 실시되기 이전의 근무형태를 되돌아보자. 대부분 기업의 사무직들은, 토요일 오후 3시까지 일하고 퇴근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전 근무가 다였다. 점심먹고 와서는 적당히 잔무 정리를 하든지,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고는 3시에 회사를 나가 당구를 치든지 이른 술자리를 가졌다. 겉으론 주6일제였지만 주 5.5일제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일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휴수당' 폐지와 국정과제로 예고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주 4.5일제 반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일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휴수당' 폐지와 국정과제로 예고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주 4.5일제 반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주 4.5일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금요일은 대충 일하는 분위기여서 주4일제나 다름없을 것이다. 1주일에 나흘만 일해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회사의 매출 역시 하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정수 서강대 경제대 학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성장률이 낮아져 미래 세대엔 치명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치권에선 주 4.5일 근무제를 추진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고 임금만 더 올라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통계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주 4.5일제 근무로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학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주4.5일제를 실시하면 0.5일분의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조의 방침은 임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니 사실상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바대로 일보다 저녁의 삶을 더 소중히 여겨(워라벨, Work-Life-Balance)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기업의 매출, 나아가 국가 성장률이 낮아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자 미국 증권시장 시가 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급성장 비결은 ‘주7일 근무’에 있다. 주4.5일제를 주장하면서 엔비디아를 따라잡겠다는 것은 ‘허망한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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