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비정상 경영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새벽배송 근로자 잇단 사망과 입점업체 갑질, 허위 광고, 퇴직금 미지급 꼼수까지 유통업계 최강자인 쿠팡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이번 정보유출 사고도 허술한 인증관리 등 정작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해온 탓이라는 비판이다.특히 대관 로비에만 매달린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쿠팡, 5년간 고위 공무원 44명 영입… ‘할 일’ 않고 로비 매달렸나)에서 “국회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44명을 영입했다”며 “한화 삼성 현대차 LG그룹에 이어 5번째로 많았고, 재계 2위인 SK그룹과 같은 숫자였다”고 밝혔다.

사설은 “쿠팡은 올해만 18명을 채용했는데 그중 절반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었다. 5급 이하로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닌 이들을 포함하면 영입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초부터는 정권교체를 예상하고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을 대거 스카우트했으며, 최근에는 고용노동부에서만 8명을 데려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도 사설(로비로 논란 막기 급급 쿠팡, 규모에 걸맞은 ‘정도 경영’을)에서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꼼수 영업을 일삼는 반면 노동자 복지, 고객데이터 보호 등은 소홀히 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그럼에도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대관 조직을 늘려 당장의 논란을 막는 데만 급급하다. 올해 들어서만 쿠팡이 영입한 정부·국회 출신 대관 담당 임원이 무려 18명”이라며 “전관예우를 동원해 문제를 덮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부근 아파트에 쿠팡에서 발송된 택배 봉투가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부근 아파트에 쿠팡에서 발송된 택배 봉투가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동아일보]

...영입된 이들은 억대 연봉과 임원 대우를 받으며 쿠팡의 입장을 정관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국감 때 증인 출석을 막고, 질문을 사전에 입수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였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올해 세 차례 국회 출석 요구를 받고도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출석했는데, 이 과정에도 여야 전직 보좌관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경영진이 대관 로비에 주력하는 동안 개인정보 유출은 반복됐다. 쿠팡에선 최근 5년 동안 4차례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 모두 외부 해킹이 아니라 시스템 오류 같은 내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쿠팡의 정보기술(IT) 투자에서 보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1%에서 올해 4.6%로 오히려 줄었다. 부실했던 건 정보 보호만이 아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선 올해만 야간 근로자 4명이 사망했다. 근로자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를 죽음이다. 취업규칙을 바꿔 일용직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안 줬다가 외압 의혹으로 상설 특검 수사를 앞두고 뒤늦게 지급하기도 했다. 멤버십 가격 인상 유도, 알고리즘 조작 등에 대한 조사와 재판도 진행 중이다.

...쿠팡이 대관 로비에 들이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고객 정보 보호 등에 기울였다면 이번과 같은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일보]

...쿠팡의 작년 연간 매출은 41조 원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매출을 합한 금액(37조 원)을 훌쩍 웃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 보호 명분으로 규제에 묶인 사이 ‘로켓배송’을 무기로 배송 시장을 장악했고, 코로나19를 기화로 급속히 전환된 온라인 유통 트렌드의 혜택을 톡톡히 본 결과다. 음식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범접 불가능한 ‘플랫폼 제국’이 됐다. 2010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한 지 15년 만에 일군 성과다.

하지만 이런 ‘로켓 성장’에 걸맞은 내실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올해에만 쿠팡 업무를 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7명에 달하고, 자회사 퇴직금 미지급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은 상설특검 대상이 됐다. 입점업체에 가격을 강요한 갑질 행위, 유료멤버십 할인 혜택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 등의 논란도 잇따랐다. 여기에 337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정보유출 사고까지 터졌다.

이젠 커진 몸집에 걸맞은 정도 경영, 윤리 경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1년 한국법인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한 쿠팡의 실질적 오너 김범석 창업주도 더는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기 바란다. 정부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대형마트 규제에 매달리지 말고 갈수록 영향력이 확대되는 온라인 유통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문 사설제목](2일)

▲ 경향신문 = 내란 부화뇌동한 경찰의 사과, 제도 개혁 뒷받침돼야/사과문 덜렁 내고 과실·노출이란 쿠팡, 시민 불안 안 보이나/법정 시한 넘기는 예산 교착, '민생 우선' 속도 내라

▲ 국민일보 = 무슨 특검을 또 하나… 3대 특검 마무리로 국론 모을 때/잇따르는 개인정보 유출… 강력 처벌·실질 보상 필요하다/온라인 그루밍 급증, 아동·청소년 보호 대책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쿠팡, 5년간 고위 공무원 44명 영입… '할 일' 않고 로비 매달렸나/홈캠 12만 대 해킹범 적발… 내 사생활 中서 음란물로 팔렸다/美 관세 압박 속 신기록 써가는 韓 수출

▲ 서울신문 = 계엄 1년… 與 포용의 시대 열고, 野 건강한 보수로 전환을/유출 정보 협박까지… 쿠팡 사태 2차 범죄 막아야/中의 섬뜩한 한일령… 불똥 튀지 않도록 기민한 대응을

▲ 세계일보 = 민주당 "2차 특검 검토", 선거용 '내란 몰이' 아닌가/국힘 의원 과반 '계엄 사과' 찬성, 지도부는 나 몰라라/국민 편익보다 기득권 앞세운 '닥터나우 방지법'

▲ 조선일보 = 개인정보 유출 年 6300만 건, '국가 재난'이다/특검의 오세훈 시장 기소, 선거운동 아닌가/대통령은 듣기 좋은 말 하고 당·정은 반대로, 몇 번째인가

▲ 중앙일보 = 2차 특검 띄우는 여당 … 이러다 정권 내내 특검 할 판/'닥터나우 방지법', 비대면 진료의 싹 죽이는 일 없어야

▲ 한겨레 = 급격한 성장 뒤엔 무책임 경영, 쿠팡 이대로는 안 된다/결국 배당소득 '부자감세' 확대한 새 정부 첫 세법 개정/"군 23년부터 전단 살포", 외환 의혹 더 철저히 규명해야

▲ 한국일보 = 계엄 1년, 여전히 미완인 민주주의와 국민통합/로비로 논란 막기 급급 쿠팡, 규모에 걸맞은 '정도 경영'을/현직 검사, 로스쿨 시험 사전 노출 의혹… 책임 규명 엄중하게

▲ 매일경제 = 한한령 닮은 한일령…공연중 日가수 끌어내린 中의 편협함/서명키 방치가 부른 쿠팡 사태, '내부 통제 실패' 엄중 책임 물어야/중소기업 죽을 맛인데…무차별 법인세 인상할 땐가

▲ 서울경제 = 이번엔 '닥터나우방지법'…'혁신 싹' 정치에 또 잘려나갈 판/'상속세 50%' 스위스도 막았는데 왜 우리만 고집하나/'e커머스 공룡' 쿠팡, 책임 경영 외면하는 '유통 괴물'로

▲ 한국경제 = 관세 족쇄에도 美 점유율 가장 많이 끌어올린 현대차/구조적 고환율 추세, 처방도 구조적으로/외형 성장에 취해 기본 망각한 게 '쿠팡 사태'의 본질

(정리=권혁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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