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리장성을 다녀왔다. 학생들과 같이 베이징 일대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에 동행했는데 대부분이 중국 초행길이라 만리장성은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행을 따라 나섰다. 사실 만리장성은 90년대 초 베이징 지사의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손님들을 모시고 거의 매주 가야만 했던 곳이었다. 따라서 만리장성을 간다는 것은 거의 고역에 가까웠고 베이징을 떠난 후에는 한 번도 간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10년이 훨씬 넘어서야 다시 만리장성을 찾게 된 셈이다.
 
그러나 다시 찾은 만리장성은 내가 알던 만리장성이 아니었다. 거의 한나절이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던 만리장성은 북경시내에서 한 시간여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포장 도로로 굽이굽이 가던 길이 시원한 고속도로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착한 만리장성이 낯설었다. 과거 내가 다니던 만리장성에 비해 규모가 크고 훨씬 세련돼졌다. 만리장성을 처음 가는 사람들은 눈치 챌 수 없겠지만 모든 건물들이 최근에 지어졌고 만리장성 또한 깨끗하게 새로 보수돼 있었다. 주변의 대형 찻집과 함께 만리장성은 역사의 의미와 세월의 풍취와는 상관없는 그야말로 관광을 위한 관광지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이다.
 
21세기 국가 경제를 주도할 산업으로 정보통신과 함께 각광받는 것이 관광 산업이다. 단일 품목으로는 자동차, 석유와 함께 세계3대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타 산업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고부가가치와 획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로 각 국가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면서 미래 성장 산업에 속한다. 선진국의 경우 관광 산업이 국가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2%를 넘어 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을 유치하는 것이 웬만한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 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고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관광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IT산업의 5배나 된다고 주장한다. 세계 경제의 발전과 함께 소득 및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적 장벽은 해소되고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눈이 부시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기치 하에 ‘지구촌’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앞으로 관광 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샹그리라’는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1933년 출간한 그의 작품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묘사한 속세를 초월한 가공의 이상세계를 말한다. 아름다운 설산(雪山)과 초원이 함께하는 평화와 안식의 세계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이 발표된 후 반 세기 동안 많은 서방 탐험가들이 티베트, 인도, 네팔 등지에서 샹그리라를 발견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1997년 중국 정부가 윈난성(雲南省) 장족자치주의 중뎬(中甸:중전)현을 ‘샹그리라’라고 공식 발표하고 2001년 현(縣) 이름을 ‘샹그리라’현으로 개명하게 된다. 이후 호기심에 가득한 세계의 여행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2010년 1월25일 중국 후난성(湖南省)은 세계자연유산인 명승고적 장자제(張家界)에 있는 봉우리 ‘난티엔이주(南天一柱)’를 영화 ‘아바타’ 속에 등장하는 ‘할렐루야 산’으로 개명했다. 영화 제작진이 2008년 12월에 나흘 동안 장자제 일대를 촬영했는데, 난티엔이주 봉우리가 영화 속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공중에 떠 있는 할렐루야산의 모티브가 됐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수천년 동안 불리어진 ‘난티엔이주’ 봉우리는 관광 수익을 위해서 하루아침에 이름이 바뀌는 신세가 됐다.
 
중국의 무서움은 일사분란 함에 있다. 목표를 세우면 최고의 인재와 자본을 경주(傾注)하여 그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우리의 100배에 가까운 광활한 국토와 절경을 이루는 산수(山水)를 비롯해 55개 소수민족의 음식, 의상, 풍습은 물론, 5000년의 오랜 역사와 황화 문명에 기초한 끝이 없는 문화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모두가 천혜의 관광 자원이다. 이들은 여기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공의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구이린(溪林:계림)의 절경에서 펼쳐지는 수상 쇼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나 항조우의 ‘인상서호(印象西湖)’쇼를 본 사람이라면 웬만한 쇼에는 성이 차지 않는다.
 
관광 전문가들은 ‘21세기에 중국은 세계 관광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관광산업 규모는 연평균 10% 전후 씩 성장해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관광대국으로 도약한다. 2020년에는 GDP의 15% 전후인 3조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이고 외국인 관광객은 최소 1억5000만명 전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마오타이(茅台酒)와 우량예(五糧液)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술 이름이다. 최근 마오타이공장이 있는 구이저우(貴州)성의 런화이(仁懷)시가 새로운 공항을 만들면서 ‘마오타이’공항으로 이름지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우량예 공장이 있는 이빈(宜賓)시도 새로운 공항의 이름을 ‘이빈 우량예’공항으로 결정했다. 이는 명주 마오타이주(茅台酒)와 우량예의 세일즈와 관광자원 확보를 위해서임은 물론이다. 중국 명주의 수출과 견학, 바이어 상담 등이 공항에서 공장까지의 소위 원스톱 체계가 갖춰지는 것이다. 이처럼 천혜의 관광 자원이 국가의 복이라면 한결 같은 지원은 그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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