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자 20만명을 넘긴 ‘낙태죄 폐지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얼마전 답했습니다.“태아 대 여성, 전면금지 대 전면허용 식의 대립구도를 넘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2010년 이후부터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하겠다”(조국 수석)소년법 개정청원에 이은 것으로 청와대 청원제가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청와대 권한 밖의 요구나 일부 도넘은 청원 글로 ‘떼법창구’가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시끌시끌한 세상 탓에 ‘헌법 위에 떼법있다’는 말이 언제부턴가 유행어가 됐습니다.떼로 몰려다니며 자신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정유년 닭의 해가 다 가고 있습니다. 닭해라 그런가, 연초 이후 조류독감이다, 살충제 계란이다 해서 이만저만 어수선하질 않았습니다. 닭 수난의 해였습니다.닭은 본래 이름(달기)에서 보듯 ‘달려야 하는 동물’이죠. 달려야 할 녀석들이 A4용 한장 크기의 밀폐공간에서 사육됐으니 본성대로 자랄 수 없었던 겁니다. 여기저기 내달리며 벌레 잡아먹고 모래바닥에 뒹굴면서 기생충을 털어내야 하는데 옴짝달싹 못하는 닭장에서 ‘먹고 낳고’만 반복했으니... 면역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진드기 탓에 몸인들 오죽했겠습니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명품헬기? 기내에 물 새고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는 사고... 비행 중 표면이 얼어붙을 수 있는 결함 발견” “방위사업청이 사업일정 촉박을 이유로 성능시험평가를 나중에 하기로 하고 수리온 납품받음” “그동안 세차례 추락하기도...”한동안 수리온 헬기의 부실을 질타하는 보도들이 잇따랐습니다.그러던 수리온이 이즈음엔 ‘완벽할 수 없고 보완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우주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호적 여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수리온 헬기는 100점 만점에 95점짜리로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른 나라
“나는 오른쪽도 왼쪽도 아니다, 단지 옳은 쪽일 뿐...”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에 올렸던 표현입니다.옳은 쪽은 오른쪽일 수도 있고, 왼쪽일 수도 있죠.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옳은 쪽’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했습니다.오른쪽은 바른쪽이라고도 했죠. 때문에 오른쪽은 ‘옳고 바른’ 쪽이며, 왼쪽은 바르지 않거나 비정상적이란 고정관념까지 한때 생겼습니다. 어린 아이가 밥숟가락을 들거나 글씨를 쓰기 시작할 무렵 왼손잡이 조짐이 보이면 부모들은 오른손을 쓰도록 강제하곤 했습니다. 왼손잡이는 ‘왼빼’라고 놀림받기도 했죠.서
‘갈무리’란 노래가 있습니다.‘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서러운 마음 나도 몰라~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이제는 남인 줄도 알아~ ...이제는 정말 잊어야지오늘도 사랑 갈무리’(나훈아) 갈무리란?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함’을 뜻하죠.가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랑’을 갈무리했습니다.요즘은 갈무리란 표현이 PC자료 저장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실은 농경문화와 관련된 말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려면 농촌에선 곡식과 채소를 잘 거두고 저장해야 했습니다.
‘꼬마~야 꽃신 신고~ 강가에나 나가 보렴~ /오늘 밤~엔 민들레~ 달빛 춤출텐데~ /너는 들리니~바람에 묻어 오는~/고향 빛 노래 소리~ 그건~ 아마도 불빛처럼~/예쁜 마음~일거야~’ 산울림(김창완)이 부른 ‘꼬마야’란 노랫말입니다. 동심을 자극하는 가사와 솜사탕같은 곡으로 7080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곡이죠.‘꼬마’는 즐겨 쓰는 말이지만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게 통설입니다. ‘꼬맹이’‘꼬매’에서 ‘꼬마’로 변했다고 하죠. 일부 지방에선 지금도 꼬마를 ‘꼬매’라 부릅니다. 꼬맹이도 ‘꼬매+ㅇ+이’로 나눠볼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홍준표 대표의 ‘깜냥발언’으로 자유한국당이 한차례 내홍을 겪었습니다. 홍 대표가 ‘탈당 권유’에 반발하는 친박 서청원 의원에게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부터입니다.홍 대표는 서 의원이 ‘성완종 녹취록’ 문제를 제기하자 “2015년 4월18일 (서 의원에게)전화한 것은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서 의원 사람이니 거짓으로 증언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깔테면 까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죠. 이 바람에 ‘깜냥’이란 단어도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보러 가는 길.-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 솨르르 몸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담을 돌아가는데아버짓 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달이 자꾸 따라와요/이상국)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적혀있는 싯귀가 맘에 들어 적어 봤습니다.‘시인의 달’은 베부세대들의 옛 추억을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냅니다. 시인은 ‘아버짓 적’이란 시어로 독자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삼시세끼란 인기프로가 있습니다. 밥 해먹는 프로그램이죠.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니고, 환호작약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장수프로로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제목처럼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삼시세끼 밥 해먹는 프로입니다. 밥 먹는 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출연자들이 아침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점심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저녁 해먹고 나서 설거지하고... 콜록콜록 연기 피워가며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먹는 프로.가끔 화덕에 별미로 빵 만들어먹고 바닷가에서 고기잡아 요리해 먹기도 하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어느덧 가을입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고추잠자리를 꼽을 수 있죠.“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중략)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잠든 나~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어린시절 고추잠자리를 쫓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왕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노랫말입니다.가을이 익어가면 고추잠자리도 날기 시작합니다. 고추 밭의 고추도 빨갛게 익어가죠.‘고추잠자리는 몸길이 약 48mm, 뒷날개길이 약 33~36mm로 동아시아에서부터 동남아시아, 플로리다, 하와이까지 분포’(다음 백과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에서 농자(農者)란 농업, 농군을 말합니다. 농군은 농꾼, 농사꾼으로도 불렸습니다. ‘군’이 ‘꾼’으로 바뀐 흔적이죠.농자, 농군, 농사꾼은 농사일만 하는 사람. 놈(者)이 욕으로 쓰였다기보다는 농사와 이를 생업으로 하는 이를 뜻했습니다.한 우물만 파는 사람, 주로 그 일만 하거나 즐겨하는 이를 꾼이라 하죠. 노름꾼(노름을 좋아하는 사람) 춤꾼(춤 좋아하는 사람, 춤 잘 추는 이) 바람꾼(바람 잘 피우는 이) 구경꾼(구경을 즐기는 사람) 땅꾼(뱀 잡으러 다니는 사람) 장사꾼(장사를 업으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새 정부들어 유리천장(天障)을 깨고 고위직으로 올라선 인사들이 많습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피우진 보훈처장, 조현옥 인사수석 등등...능력이나 자격이 출중함에도 성이나 장애, 인종을 이유로 직장에서 고위직을 맡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차별(장벽)에 부딪치는 경우를 유리천장이라 하죠. 주로 성차별을 극복했을 때 많이 쓰입니다.천장은 ‘지붕의 안쪽이나 상층의 바닥을 감추기 위해 그 밑에 설치한 덮개’라는 게 사전적 풀이지만 방안에서 보면 가장 높은 수평공간입니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신문들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지하철을 타면 고령사회란 걸 직감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죠.그런 탓에 경로석 앞에도 서 계신 어르신들이 적지 않습니다. 간혹 연세가 비슷해보이는데도 자리에 앉아있던 어르신이 벌떡 일어나 앞에 서있는 어르신에게 자리양보하는 경우가 눈에 띕니다.“어르신 여기 앉으세요~”어르신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젊은 사람 눈에야 ‘연세가 거기서 거기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딱 보면 “아! 나보다 나이 많으시다!” 느낌 확 옴에 틀림없습니다.어쨌거나 훈훈한 모습이죠. 그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선유세때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불러 시끌했습니다.“내가 우리 집사람과 연애할 때 장인어른이 ‘구름 잡는 놈이다. 엉뚱한 놈이다 라고 했다’더라. (장인을)집에 못 오게 했다. 장모만 오게 했다. 처가에 드리는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이 돈을 영감탱이(장인)와 나눠 쓰면 절대 앞으로 한푼도 안준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26년을 살았다...”이 발언에 성토가 이어졌죠. 바른정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후보의 막말 퍼레이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하 대상도 다양하고 용어도 참으로 저급하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요즘 허수아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곡식을 축내는 참새떼를 막기 위해 막대기와 옷가지로 얼기설기 사람처럼 만든 허수아비를 논밭에 많이 세웠습니다.그러던 허수아비들이 근래엔 보기 어려워 진거죠. 학습효과 탓인지 참새들도 허수아비가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달려듭니다.아버지 만큼이나 무섭게 보이려고 세웠던 허수아비. 한때는 해진 밀짚모자와 헌옷만 걸쳐놔도 참새들이 오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허수아비 어깨에 앉기도 하고 허수아비 옷주머니에 둥지를 틀고 알까지 까는 놈도 있습니다. ‘허수아비 주머니에 알을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지만 올 여름도 펄펄 끓었습니다. 40도 가까이 치솟는 무더위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죠.예부터 한여름 더위가 시골집 부엌의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과 수증기를 닮았다해서 가마솥더위라 불렀습니다.한옥의 부엌엔 가마솥이 하나씩 있습니다. 평소 밥해먹는 솥이 부뚜막 가운데 있고 그 옆에 가마솥이 있죠.가마솥은 가장 큰 솥으로 재질인 쇠가 검어서 가마(검다)+솥이 됐다고 합니다. 시골에선 메주콩을 쑤거나 동네잔치할 때면 가마솥을 썼습니다. 가마솥에 앉히는 쌀의 양이 꽤 돼 누룽지 또한 많
“합천 강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뒷집사람이 자기 집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 자기 집은 안타고 우리집에 옮겨 붙어 홀랑 다 탔다. 살집이 없어졌다. 사법시험 되기 전에 장인어른이 ‘부모님 뭐하시나?’하셔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울산에서 달세방삽니다’ ‘집도 없냐?’하시길래 ‘집 없습니다’ ‘군대 갔다왔냐?’하시길래 ‘지금 가야합니다’... 그리고 나서 집사람한테 ‘아버지 뭐라 카드노’ 물어보니까 ‘저거 구름 잡는 놈이다, 택도 아닌 놈이다. 저게 사법시험되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하시더라고... 극렬반대를
[오피니언타임스=동이]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없이 쫓겨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품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김훈 ‘공터에서’)김훈 작가는 ‘공터~’에서 해방과 6.25세대의 ‘머뭇거림’과 ‘두리번거림’을 통해 질곡된 삶을 조명합니다.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단어가운데 하나가 등장인물들의 ‘두리번’입니다.‘두리번’은 ‘두리번거리다’ ‘두리번 두리번’으로 자주 쓰이지만 정작 시원한 말뿌리는 찾기 어
[오피니언타임스=동이]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아줌마 발언’ 파문이 여전합니다.“그 아줌마들이 뭔데? 그냥 동네 아줌마거든요. 사실 옛날 같으면 조금만 교육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돈 좀 주고 하면 되는 건데…”급식실 조리사들의 일과 관련해 이 의원이 SBS기자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이 발언이 공개돼 노동계가 이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의 제명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죠. 그러자 이번엔 한 보수단체가 “밥하는 아줌마, 기분 나쁠 것없다”며 이 의원을 비호, 전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아줌마가 싫으면 여편네라 불러줄까? 아줌마란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요 며칠 장마철 호우가 계속됐습니다. 가뭄 끝 비임에도 언제 가뭄걱정했냐? 싶습니다. 변해버린 날씨 만큼이나 마음도 변덕스럽게 바뀝니다. 제발 비 좀 와라~했던 ‘기우제 심산’이 이젠 그만 내렸으면~ 하는 ‘지우제 생각’이 돼버렸으니까요.장마는 옛말로 오란비(오래 내리는 비). 장(長)+마(雨밑에 林)를 풀어쓰면 ‘긴 비’가 되니 조상들이 오랜비>오란비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장마의 장은 오래란 뜻의 장(長)이다. 마는 물이란 뜻으로 맏>말>마로 진화됐다.(국어어원연구/서정범) 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