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마다 랜드마크가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또렷한 곳도 있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희미한 곳도 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어떻든 랜드마크는 그 땅의 상징이요, 나라의 자부심이지 않던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선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그렇다. 한국과 일본에서 경쟁하며 쌓아 올린 일화가 유명한 바로 그 건물. 

문득 바벨탑 이야기가 생각났다. 신보다 위대한 인간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하늘에 닿는 탑을 쌓고자 한 이들에게 신이 내린 벌은 하나의 언어를 여럿으로 뒤섞은 것. 그래서 오늘날 세계의 언어가 다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암튼 그건 그렇다는 이야기고, 중요한 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 사실이다. 지상 88층, 지하 4층 규모로 높이는 452m. 일단 'the best'를 외치는 인간의 욕망은 쿠알라룸푸르에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심었다. 높은 것 빼곤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징그럽지 않았다. 오히려 보석처럼 빛난다고 해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높고 멋있는 건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 건물이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

 

올려다보기도 아찔한 높이. 아침인데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난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오른쪽 건물이 1관, 왼쪽 건물이 2관인데, 2관을 우리나라의 삼성건설이 지었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가 건물 소유주로 이름 역시 그렇게 붙인 것. 1관은 페트로나스 본사로 사용되고, 관광객이 전망대 투어를 하는 건물은 2관이다. 

이 건물은 말레이시아가 2020년에 선진국에 합류한다는 '비전2020' 계획을 상징하는 건물. 이제 7년 남았구나. 후훗- 그런데 현재 쿠알라룸푸르 및 말레이시아의 느낌을 보면 그들의 계획이 그저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쿠알라룸푸르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왜?". 글쎄- 오히려 나의 말문이 막혀 버린 반응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쿠알라룸푸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고, 이슬람 국가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재미있는 여행지라는 것. :)

 

타워 1층 로비에서 본 조명.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마도 이런 모양일 게다. 별처럼 반짝이는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 충분히 높고 또 높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웅장하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참 예쁘다는 생각이 가득- 특히 밤에는 더더욱. :)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부르카(burka)를 입은 여인 발견! 부르카는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가리는 의상이다. 파키스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옷.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전망대로 올라가기 위해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오전 8시 30분부터 티켓 구매가 가능한데, 선착순으로 당일 현장 판매만 하니 무조건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다. 투어 프로그램은 오전 9시부터 매 시간 정시와 15분에 각각 진행되고, 오후 7시가 마지막 타임. 단 월요일은 휴관, 금요일 13:00~14:30은 기도 시간이므로 잠시 휴관, 요금은 어른 기준 RM80(한화 27,000원 정도). 

9·11 테러의 여파 때문인지 여기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전망대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 하루 입장 가능한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니, 만약 오후에 갈 예정이라도 오전에 미리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

 

와우!! 드디어 스카이 브리지에 도착. 두 건물을 잇는 다리다. 41층에 위치해 있고, 15분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 이 브리지는 두 건물의 흔들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 원래 목적. 여긴 진짜 전망대로 올라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

 

벌써 아찔한 높이. 한쪽으론 KLCC 공원을 비롯, 쿠알라룸푸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또 한쪽엔 타워 정문 앞 광장이 내려다보인다. 사거리 쪽 광장 끝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북적.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닥에 눕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고- :) 

 

전망대가 두 곳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뷰가 다르기 때문. 브리지에선 양쪽 건물을 모두 볼 수 있지만, 83층 전망대에선 한쪽 건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이 내려다보는 것이라도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높은 공간에 드디어 올랐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83층. 여기선 20분 정도 머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아주 시끌시끌. 나도 어울려 속닥속닥.

83층 전망대에선 반대쪽 건물(1관)의 첨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무섭다기 보단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첨탑.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착공 6년만인 1998년에 완공되었다. 이듬해 8월에 개관하기 전, 영화 <엔트랩먼트>로 먼저 모습을 드러낸 트윈 타워는 이후, 말레이시아를 새롭게 보는 아이콘이 되며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그러니 파리에선 에펠탑을 찾듯 쿠알라룸푸르에선 이곳을 꼭 찾아야 한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스테인리스강과 유리로 외벽을 장식했다. 그래서 낮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겠지.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거대한 건물을 참 섬세하게도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건물은 그저 실내 공간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겐 외모 지상주의가 논란의 요지겠지만, 도시의 건물에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게다. 도심의 속내는 속속들이 살필 수 없지만, 건물과 건물의 어울림은 도시의 컬러를 만드는 중요한 부분일 테니 말이다.

전망대 투어 후 내려가면 출구에 기념품 숍이 있다. 뭐, 어디나 늘 그렇듯이- 그래도 트윈 타워 모형 정도는 사도 좋다. 나도 샀고- :)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할 때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하루 코스로 잡아도 좋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전망대 투어는 금방이지만, 이곳엔 1층부터 5층까지 쇼핑몰 '수리아(Suria)'가 있고, 꽤 넓은 규모의 'KLCC 공원'이 있어서 쇼핑하고 밥 먹고 산책하는, 일종의 원스톱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 게다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반드시 낮과 밤을 모두 가슴에 담아야 한다. 빈틈없이 하얗게 빛나는 밤의 타워가 너무너무 아름다우니까. :) 

 

다음 포스팅으로 소개하겠지만, 여기서 부킷 빈탕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그것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길로- 그러니 날이 저물면 불을 밝힌 타워를 보고, 부킷 빈탕으로 넘어가 또 다른 쿠알라룸푸르의 밤을 만나도 좋다. 아암- 좋고 말고! :D


(글.사진 : 글쟁이 하품하다/http://www.writer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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