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광장]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에서 일석이조란 없다

골프에서 돌멩이 하나를 던져 한꺼번에 새 두 마리를 잡는 일석이조(一石二鳥)란 없다.

그러나 필드에 선 대부분의 골퍼들은 일석이조와 일거양득(一擧兩得)을 머릿속에 그리고 도랑치고 게 잡는 요행을 바란다.

골프에서 모든 샷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두 번 다시 같은 샷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프로선수들도 우승을 바로 눈앞에 두고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뒤 “다시 한 번 샷을 할 수만 있다면…”이라고 내뱉으며 후회하지만 강물은 이미 흘러간 뒤다.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란 기막힌 샷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한 샷 한 샷에 최선을 다해 정성을 쏟고 집중한 순간들의 집적으로 탄생한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은 일석이조, 일거양득을 꿈꾼다. 요행을 바란다.

가령 힘껏 날린 드라이브샷이 러프지역을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자. 볼 주인은 볼이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다음 샷을 준비해야 한다. 그린을 노릴 수 있는가, 그린은 포기하더라도 페어웨이로 탈출할 수 있는가, 그것도 어려우면 무조건 현재 위치에서 벗어나는 게 최상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린을 노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단 안전한 페어웨이로 빼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페어웨이로도 빼내기가 어렵다면 어떻게든 위험지역을 탈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주말골퍼들은 다르다. 볼을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빼낼 수 있는 데도 가능한 한 그린 가까이 보내려고 한다. 안전한 탈출에 집중해야 할 것을 여기에 ‘좀 더 멀리’를 추가한다. 탈출도 하면서 좀 더 멀리 날려 보내겠다는 욕심을 부린다. 그러다 필경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만다. 탈출과 거리의 일석이조를 노린 결과다.

그린 사이드 벙커에 볼이 빠졌을 때 최우선 과제는 벙커를 안전하게 탈출해 그린 위에 볼을 올려놓는 것이다. 볼이 놓인 상황이 양호하고 운이 따라 볼이 핀 근처에 붙으면 좋겠지만 일단 벙커를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이때 노련한 골퍼는 무리한 욕심을 부려 더 큰 화를 자초하지 않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잘 하면 핀에 붙일 수는 있지만 약간의 실수로 더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면 위험한 길을 사양하고 안전하게 그린에 볼을 올려놓는 것에 만족할 줄 안다.

상당수 주말골퍼들은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한 타를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고 무조건 핀에 붙여 파 세이브를 해야 한다는 욕심을 부린다.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도 쉽지 않는데 핀에 붙여 파 세이브를 해야 하니 근육이나 마음이 긴장될 수밖에 없고 결과는 벙커 탈출에 실패하거나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내고 만다. 벙커탈출과 파 세이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한 탓이다.

주말골퍼들의 또 다른 취약점은 기회가 왔을 때 최상의 결과를 상상하며 미리 흥분하며 달려든다는 점이다. 볼을 핀에 잡 붙여 버디 기회가 왔다면 퍼팅에만 집중하면 될 텐데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만 버디에 성공하고 나머지 동반자들은 실수를 연발해 판돈이 두둑해지는 상황을 상상하며 이뤄지지도 않은 가상의 성공에 도취되는 것이다.

버디만 성공시키면 될 것을 버디도 하고 돈도 따고 동반자 기도 죽이고 등등 여러 가지 전리품을 단번에 거두려다 보면 버디도 실패하고 파 세이브도 실패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골프에선 종종 벌어진다.

참고로 ‘도랑 치고 가재 잡다’는 속담은 말 그대로 도랑을 깨끗하게 치우면서 가재도 잡는다는, 즉 한 번의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한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일의 순서가 잘못된 것을 지칭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가재는 맑은 물 속 바위나 돌 밑에 숨어 사는데 도랑을 치운다고 돌을 치우고 흙탕물을 만들면 가재를 잡을 수 없다. 이 경우 일의 순서는 우선 돌을 조용히 뒤집어 가재를 잡아낸 뒤 도랑에 물이 잘 흐를 수 읽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가재를 먼저 잡고 도랑을 치는 것이 올바른 일의 순서다.

골프에서 필요한 것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게 아니라 가재 잡고 도랑을 치우는 지혜다.

(글 사진 출처 : 방민준의 골프세상 http://blog.naver.com/ginn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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