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칵테일파티나 잔칫집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무심코 있으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얘기는 신기하게도 내 귀에 들리는 것, 심리학에서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도 하는 이것이 칵테일파티 효과이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문동(文同)이라는 문인이자 화가인 사람이 있었다. 자는 여가(與可)로 인품이 고결하고 박학다식하며 시문과 글씨, 특히 대나무 그림(竹畵)에 뛰어나 후세에 묵죽(墨竹)의 창시자로 추앙받았다. 평소 그를 가까이하며 존경해 왔던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해야 한다(故畵竹, 必先成竹于胸中)’라고 하였고 또 어떤 이는 ‘여가가 대나무를 그리려고 할 때는, 가슴속에 이미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與可畵竹時,胸中有成竹)라고 하였다. 이는 흉유성죽(胸有成竹), 즉 대나무를 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하는 바, 모든 일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마음속에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문동(文同)의 대나무 그림이 그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나무를 좋아했고 대나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우선 자기 집 앞뒤 마당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가득 심는다. 그리고 그는 날마다 대나무의 성장과 변화를 관찰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죽림(竹林)에 들어가서 대나무가 자라는 모습, 가지 치는 상태, 잎이 우거지는 모습, 죽순이 나오는 모양과 자라는 모습, 대나무의 길이와 굵기, 댓잎의 모양과 색깔 등을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대나무의 마디가 많아야 수십 개, 눈을 감으면 마디가 보이고 마디가 흐트러져도 다시 곧을 걸 알았다. 이렇게 하며 날이 가고 달이 흐르자 어떤 계절, 어떤 날씨, 어떤 시각의 대나무 형상이라도 모두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전국 시대 위(衛)나라에 계량(季梁)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길을 가는데 마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는 사람을 만났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남쪽에 있는 초나라로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남쪽으로 가야할 것이지 왜 북쪽으로 가느냐고 묻자 그가 쓸데없는 참견이라며 한 대답이 이러하다. “방향이 어디든 무슨 상관이냐, 어느 쪽으로 가든 길은 결국 초나라로 통해 있을 것이다. 나의 말은 준마라서 아주 잘 달리고, 마부는 말몰이 솜씨가 뛰어나며, 또한 나는 노자까지 두둑하다” 남원북철(南轅北轍),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고사의 유래이다. 위왕(衛王)이 조나라를 치기 위한 무리한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계량이 왕에게 천하제패라는 목표와 전혀 부합되지 않은 행동임을 간언하면서 예를 든 것으로, 오는 날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칵테일파티는 언제나 화려하고 시끄럽다. 여러 사람이 오고,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의 지위와 지식과 정보를 얘기하지만, 아무 관심사나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단지 그것은 소음에 불과하다. 어디선가 ‘드렁큰 타이거나’나 ‘MC 스나이퍼’라는 소리가 문득 들렸다면 그는 최소한 힙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남아메리카의 지역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마야’나 ‘잉카’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미국에 오래 있었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오래 살았다고 중국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내가 영어를 잘 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그리고 내가 중국을 배우고 더 알아서 앞으로 중국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없다면, 그는 그저 흘러간 허송세월을 후회할 가능성이 많다.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다. 하루에도 수 없이 좋은 말과 유익한 정보가 SNS를 통해서 쏟아져 들어온다. 내가 원하는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시공을 초월하여 세계 모든 석학들의 의견과 함께 인터넷에 홍수처럼 흘러 다닌다. 그러나 이는 그저 칵테일파티의 소음에 불과하다. 이 떠도는 자료(Data)가 나의 소중한 정보(Information)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정보에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이를 통해 느끼고 터득하게 되었을 때, 이는 나의 지식(Knowledge)이 되고 지성(Intelligence)이 되며, 나의 지혜(Wisdom)가 된다. 이 과정은 내가 이루고 싶은 일, 즉 목표가 있을 때에만, 이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 된다.

마음속에 대나무를 심어야 한다. 자신의 알량한 마차와 노자 돈을 믿고 남으로 갈 길을 북으로 방향 잡지는 말아야 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에 실려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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