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 중국의 대표 명주인 마오타이(茅台)와 우량예(五糧液) 브랜드 일부 제품.

[오피니언타임스 함기수 中國이야기]중국을, 비디오 없이 바로 DVD로 넘어간 사회라고 말한다. 비디오는 고사하고 TV도 없던 시절에서, 개혁, 개방이라는 눈을 뜨고 경제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었을 때에는 이미 비디오 시대는 가고 DVD의 시대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0년의 고통스런 근현대사를 살면서 중국 사람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아픔이 잠재되어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자각이, 중국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신 중국(新中國)’ 개념의 배경이 되고 있다. 1949년 공산 혁명을 통한 건국이 정치적 관점의 ‘신 중국’이라면 1978년 개혁 개방이후의 성과는 ‘신 경제(新經濟)’라는 경제적 관점의 개념이다. 그러나 공산혁명을 통한 ‘신 중국’은 유구한 중화 역사를 봉건, 전제 주의의 유물로 폄하하였고 세계사 속의 중화 문화는 ‘신 중국’이라는 개념 하에 많은 부분이 유실되게 된다.

지금 중국의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신 중국’, ’신 경제’의 기치 하에 새로운 건물, 새로운 도시가 하루가 다르게 건설되고 있다. 과거 후진적인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IT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산업이 전체 GDP중 이미 40%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로 ‘신 경제’의 성과는 눈부시다.

그러나 이러한 힘찬 ‘신 경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화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채 중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라오쯔하오(老字號:노자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과거의 유산을 버리지 않고 전통을 보존하며 관광 자원으로 연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전문판매점에 문화 브랜드로서의 인증을 해 주고 있는데 이 등록상표를 라오쯔하오라고 한다. 보통 라오쯔하오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고 40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내가 업무상으로 몇 번 들렀던 산시성(山西省) 싱화촌(杏花村:행화촌)의 펀주(汾酒)공장은 그 역사가 1500년이다.

현재 중국 상무부가 정식으로 인증한 라오쯔하오는 전국적으로 450여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것이 많은데 역시 술이 역사가 길어 마오타이(茅台)나 우량애(五糧液) 등 중국 8대 명주 대부분이 라오쯔하오이다. 명, 청 시절부터 오늘날과 같은 술을 생산해 왔다. 청심환으로 유명한 퉁런탕(同仁堂:동인당)은 청나라 강희제 때인 1669년 설립됐다.

오늘날 중국 한약방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북경오리요리 전문점인 취안쥐더(全聚德) 역시 베이징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 라오쯔하오이다. 청나라 말기인 1864년 톈안먼(天安門:천안문) 부근 첸먼다제(前門大街)에서 문을 연 이후 146년 동안 그 명성과 함께 중국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개업이래 지금까지 사용한 오리가 1억50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청나라 건륭황제가 섣달 그믐날 찾아 그 이름을 지어 주었다는 식당 두이추(都一處)와 500년 역사의 반찬가게인 류비쥐(六必居) 등이 유명하다.

이들 라오쯔하오들이 오늘날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단지 오래된 전통과 역사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처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퉁런탕(同仁堂)은 최근 화장품 시장에 진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 전략을 꾀하고 있으며 외국 제약업체들과의 합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취안쥐더(全聚德) 역시 요리 기술의 데이터화 등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독일 와인 업체와 제휴했고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퓨전 요리를 개발하는 등 제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산둥요리 전문점과 궁중요리 전문점을 합병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명실상부한 관광, 외식업계 최강자로 부상했다. 취안쥐더는 현재 중국 내 27개 성(省)에 60개 체인점을 가진 거대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마오타이주(茅台酒) 또한 글로벌 명주로의 도약을 위해서 미국, 유럽 등 서구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제품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병행하여 현재 브랜드 가치만 23억불에 달하고 있다

세찬 바람을 견디며 피어있는 들꽃은 더 아름답다. 비디오 시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DVD시대로 진입했음은 그만큼 중국의 변화가 치열했음을 말해 준다. 과거의 부정적인 모든 요소를 대신하는 ‘신 중국’의 거센 바람 속에서 라오쯔하오들의 분투는 인상적이다. 그들은 중화민족의 전통적 문화 배경을 갖고, 대중의 광범위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정부의 지원 하에 각 기업별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디지털 밸리나 상하이 푸둥(浦東)지구 하이테크 단지와 함께 앞으로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한 축으로 자리 할 것임에 틀림없다. 어디에서나 신구(新舊)의 조화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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