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수도 라싸(拉薩)의 라싸서부역에서 화물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 함기수 中國이야기] 중국에서 기차를 타 보면 중국이 참 넓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내가 중국에서 기차를 처음 타 본 것은 1989년 베이징에서 칭다오로 가는 길이었다. 당시 우리는 항공편 연결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기차로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는데 그래서 열차 편 중에서는 가장 빠른 터콰이(特快:특쾌)를 예약하게 됐다. 당시 17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베이징에 있는 거래선은 배려 차원에서 우리 일행이 3명이었는데도 1사람 분의 기차표를 더 사서 4인용 한 칸을 전부 쓸 수 있도록 해줬다.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승무원이 우리 칸으로 학생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언뜻 보아 대학생인 듯 했는데 남루한 복장이어서인지 더 지쳐 보였다. 승무원은 학생이 너무 힘들어 해서 데리고 왔는데 우리 남은 한 자리에 이 학생을 좀 자게 해 줄 수 없겠느냐며, 싫으면 괜찮다고 정중히 부탁해 왔다. 남는 침대 한 자리를 내 주며 우리는 이 학생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칭다오에서 대학에 다니는데 방학이어서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고향은 신장이고 그는 ‘그저께’ 저녁에 이 열차를 탔다고 했다. 평생, 몇 일전에 탄 사람과 같은 열차를 탄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던 나로서는 지금도 ‘그저께’ 이 기차를 탔다는 학생의 모습과 표정이 눈에 선하다.

중국의 기차 종류는 요우처(遊車:유차)와 터콰이(特快:특쾌), 즈콰이(直快:직쾌) 그리고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완행열차인 콰이커(快客:쾌객) 즈커(直客;직객) 커(客;객) 등 대략 6가지로 나뉜다. 요우처는 관광객을 태우는 특별 열차이므로 별도로 치고, 터콰이(特快)는 특급, 즈콰이(直快)는 급행, 나머지는 좌석에 따라 구분하는 완행열차를 말한다.

좌석의 종류는 롼워(軟臥:연와)와 잉워(硬臥:경와), 그리고 롼주어(軟座:연좌)와 잉주어(硬座:경좌)가 있다. 문자 그대로 롼워는 푹신한 침대 칸을 의미하고 잉워는 딱딱한 침대를 말하며, 롼주어는 푹신한 의자, 잉주어는 딱딱한 의자를 가리킨다.

롼워는 4명이 한방을 사용하도록 돼있고 2층 침대가 2개있다. 잉워는 상중하 3단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서로 마주보는 6개의 침대가 한 칸으로 되어 있다. 롼주어는 좌석이 푹신하고 자리가 미리 지정돼 있기 때문에 편하게 창 밖 경치를 볼 수가 있는 반면, 잉주어는 약간의 쿠션이 있으나 딱딱한 좌석으로, 자리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담배 연기로 가득한 혼잡하기 그지없는 좌석이다. 베이징 발 칭다오 행에서 우리 일행이 묵었던 롼워로 찾아온 학생은 몇 일간을 이 잉주어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버텨 왔던 것이고, 나중에 알았지만 이는 대단히 일반적인 상황이기도 했다.

중국은 넓다. 그리고 조상과 성향을 달리하는 여러 민족이 살고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나는 중국에 살면서, 중국의 발전은 이러한 지역 간의 이질성을 어떻게 합치고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앞으로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은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물류 산업이 될 것으로 단정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는 상당히 절망적이었는데, 아무리 항공 산업이 발달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시 열차 산업은 모든 여건이 너무나 열악했다.

그러나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아 중국은 세계 고속철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나의 걱정을 보기 좋게 기우(杞憂)로 만들어 버렸다. 최근 상하이 홍차오 역에서 오전 8시 45분에 출발한 유선형의 날렵한 고속철 ‘허셰(和諧:화해)’호는 목적지인 베이징 남역에 오후 1시 33분에 정확히 도착한다. 설계 시속 350km의 이 열차는 그 동안 가장 빠른 열차로 10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던 베이징과 상하이의 거리를 4시간대로 단축한 것이다.

지금 중국에는 대도시 중심으로 고속철 건설 붐이 일고 있다. 평균 시속 200~300km에 달하는 고속철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와 도시간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대도시만을 연결하던 고속철이 이제 2급 도시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2조8000억 위안을 철도 산업에 추가로 투입하여 새로 3만km의 철도를 부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철도 길이는 12만km로 늘어나게 된다. 철도 산업의 발달이 ‘차이니즈 스피드(Chinese Speed, 중국 속도)’로 불려지며 중국 고도성장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방 기술자들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던 칭짱(靑藏)고원 철도를 2006년 개통시켰고 이어서 2008년에는 베이징 텐진 구간에 처음으로 고속철을 선보였으며 2009년에는 우한(武漢)과 광저우(廣州)에 시속 340km의 고속철을 개설했다. 상하이 항저우간에도 2010년 가을 시속 350km의 고속철이 놓였고 같은 해 12월 베이징 상하이 노선의 안후이(安徽)성 구간에서는 시운전 최고속도가 486.1km를 기록,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2년 말 베이징-광저우 구간을 이으며 중국을 세로로 관통하는 징광(京廣)고속철도(2298km)가 전면 개통되면서 중국은 바야흐로 고속철 일일 생활권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중국 철도 산업 발전의 개가일 뿐만 아니라, 그 경제 효과 이외에 지역간 통합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고속철은 중국 내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 간에 존재하던 이질적 거리감을 소멸시켜 주고 있다. 좁아지는 대륙을 통해 보다 공고한 중화 문명 통합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것이 G2로 성장하는 중국 굴기의 가장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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