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 함기수 중국이야기]“저는 술을 못해서 중국 사업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사석에서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해서 얘기하던 중, 중국 시장에 관심은 있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가 털어놓은 말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중국하면 술을 떠올리고, 그래서 술이 중국 사업의 모든 것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내가 아는 한 후배는 중국 주재원으로 내정됐으나 주량에 자신이 없어서 모처럼 찾아 온 기회를 포기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술을 잘 마시기 때문에 중국에 적임이다’라는 말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중국 사람들과의 상담이나 교류 시, 서양과는 달리 식사와 함께하는 술자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사람들은 체면과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상담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우리 먹으면서 얘기 합시다’라는 제안이 곧 잘 나오는 이유이다. 음식에는 술이 따르고 이러한 경우 공식적이고 서먹한 분위기는, 보다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으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서 상대의 의중을 떠 보기도 하고 속에 있던 얘기를 드러내며 풀리지 않던 매듭을 조금씩 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술은 아주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고, 중국 사업은 50도 이상의 백주에 만신창이가 돼야 성사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나의 경험상, 평균적으로 본다면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 보다 술이 결코 약하지 않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2차, 3차를 거듭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술도 끝난다. 따라서 술을 마시는 시간, 즉 질긴 면에서 그들은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또한 그들은 섞어 마시지 않는다. 내가 아는 중국 회사 사장은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고 하면 긴장한다. ‘아, 또 폭탄주를 마셔야 하나?’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산둥(山東)이나 동북삼성(東北三省)등 날씨가 추운 북쪽 지방 사람들 중에는 독한 백주를 우리로 치면 냉면 사발에 몇 잔을 들이키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상하이 이남의 남쪽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시는 북쪽 사람들을 ‘참 미련한 사람들’이라고 경멸한다.

‘북백남황(北白南黃)’이라는 말이 있다. 역시 술은 기후와 관련이 있어 중국의 ‘북쪽 사람들은 독한 백주(白酒)를 마시고 남쪽 사람들은 약한 황주(黃酒)를 마신다’라는 뜻이다. 황주는 알코올 농도가 10도를 조금 웃도는 중국의 정종이라고 보면 된다. 따끈하게 데워서 식사할 때 반주로 마신다고 하여 자판주(加飯酒:가반주)라고도 하는데 무협지에서 주인공들이 주막에 들어가 ‘여기 만두 한 접시와 술 한 근을 주시오’ 할 때의 술이 황주이다. 요즘은 와인도 많이 마신다. 중국은 유럽 못지않게 와인이 발달한 곳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중국에서 술을 겁낼 필요는 없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는 술을 마셔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무리하게 마시게 되고 그러다 보니 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고 술이 세다’라고 믿게 되어 더욱 술을 권하는 식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 사람들을 접대하려면 술이 부담이 된다’라는 중국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다.

술을 못하면 마시지 않아도 절대 실례가 아니다. 요즘 중국에 가보면 그 날의 호스트(Host) 중 많은 사람들이 술을 사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약을 먹고 있거나 체질적으로 술이 안받는다면 솔직한 이유를 들어 정중하게 사양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자질을 한번쯤은 의심해 봐도 좋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사업이나 사람을 사귀는 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술을 마실 수 있는데도 일부러 마시지 않거나 발 밑으로 몰래 버리는 식의 자세는 앞으로 상대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어느 지역, 어느 경우에서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중국에서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마시면 된다. 열 잔을 마시더라도 무성의하다면 마시지 않는 것만 훨씬 못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우리 앞에서 중국 사람이 몰래 술을 버린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과 사귀고 싶겠는가?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