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 함기수 중국이야기]‘쉽게 들어 온 떡은 다시 한 번 봐야 한다. 좋은 건 절대로 나에게 그냥 오지 않으며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중국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현장에서 직접 투자 법인을 관장하는 책임자들에게 ‘그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 보라’고 하자 대부분의 법인장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다. 일견 좋은 조건으로 보였던 것이 나중엔 결국 딴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종합상사로서, 그 동안 한국산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팔거나 중국산 제품을 미주나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단순 무역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다양해지고 복잡성을 띄면서 평면적인 제품의 수출입 업무에 한계가 찾아 왔고, 그래서 우리는 그 돌파구를 중국 내수 시장 진입에서 찾고자 했다.

그간의 지사 중심 비즈니스는 현지 투자회사 중심의 법인 비즈니스로 그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과의 합작을 추진하게 된다. 부실 국영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타당성 검토를 해 보기도 하고, 기존 거래선과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중국 측이 토지와 설비를 제공하고 우리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고 어디에나 투자 위험이 잠재돼 있어서 우리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는 회사가 계획하고 지시하는 대로 이 모든 것을 단시간 내에 추진해야 했고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는 전적으로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독자적인 투자보다는, 최소한의 위험을 현지 중국 측에 넘길 수 있는 그들과의 합작 투자를 우선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국 현지 실정에 약한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초기 중국 투자 시에 겪었던 공통적인 딜레마이기도 했다.

형제끼리도 동업은 하지 말라고 했던가? 불행하게도 나는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칼자루를 바꿔 잡는 순간’ 태도가 돌변했다거나, 잘 되면 투자지분에 상관없이 회사를 장악하려 하고, 못 되면 모든 것을 파트너의 잘못으로 돌리려 한다는 푸념을 주변에서 계속 들어 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문화와 기질의 차이에서 오는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그 원인을 찾곤 한다.

중국은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나라다. 지방정부로서는 자체 사업을 통해서 경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거나 자체수익사업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의 선진기술 및 마케팅 기법은 중국 측이 절대로 필요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때로 그들은 우리에게 뒷감당 못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이 횡재라도 한 것처럼 합작을 진행하게 되는데, 투자 자금이 중국 측에 전달되고 실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는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정부의 법규에 의해 투자지분에 대한 제한을 받거나, 현지 파트너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는 중국에서의 단독 투자를 권한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의 특성과 내가 갖고 있는 강점을 정확하게 분석한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진다는 자신감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 없이, 행여나 일부라도 중국 측에 무작정 의존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불안함, 즉 국가 위험도(Country Risk)가 걱정된다면 이를 보완할 현지 조직과 인력 확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인간지사 어디에 노력없이 되는 것이 있을까마는, 중국시장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 그저 제시하는 조건에 현혹되어 중국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형제끼리도 싸우는 것이 사업이며 결코 나에게 거저 굴러오는 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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