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 명당에 자리 잡은 청주한씨 시조 환란의 묘

[오피니언타임스 김정인 풍수지리]조선시대 가장 많은 왕비를 배출한 가문은 청주한씨 가문이다. 태조의 정비 신의왕후 한씨, 추존왕 덕종의 정비 소혜왕후 한씨, 예종의 정비 장순왕후 한씨, 예종의 계비 안순왕후 한씨, 성종의 정비 공혜왕후 한씨, 인조의 정비 인열왕후 한씨 등 조선조에만 6명의 왕비가 배출됐다. 다음으로 4명의 왕비를 배출한 가문이 파평윤씨와 여흥민씨, 3명의 왕비를 배출한 가문이 청송심씨, 경주김씨, 안동김씨, 2명의 왕비를 배출한 가문이 반남박씨, 청풍김씨, 풍양조씨 등이며 이상의 가문 외 14개 가문에서 왕비를 배출했다.

청주한씨는 고려초 한란선생을 시조로 하는데 조선조 시대 문과급제자가 315명, 상신(삼정승) 12명, 공신 24명, 대제학 1명, 왕비 6명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최근에도 총리, 부총리, 장관 등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하고 있는 명문가문이다. 청주한씨는 2000년 기준 70만 4365명의 인구로 우리나라 성씨 286성 중 12위에 해당하며 문중에서는 100만 한씨 문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청주한씨 시조 한란 묘는 청주시 남일면 가산리 산 18번지의 야트막한 야산 언덕에 있다. 흔히 이곳을 조선 8대 명당 중 한 곳으로 일컫는데 전체적인 국세가 대국세를 이루었다. 이곳을 제대로 보자면 멀리서 거시적으로 보고, 가까이에서 미시적으로도 보고 다각도로 보아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는데 멀리서 조망하지 않고 가까이에서만 보면 실체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묘역을 들어가기 전, 안산쪽에 올라 주산을 바라보면 주산으로부터 입수하는 용맥의 흐름과 호종사를 볼 수가 있으며, 다시 주산에 올라 용맥을 밟으면서 내려와 혈장에서 사방을 관찰하면 전후좌우의 사신사가 유정하게 감싸주며 특히 조안산((朝案山: 혈 앞의 산, 가깝고 낮은 것은 안산이라 하고 멀고 높은 것을 조산이라 한다)이 겹겹이 펼쳐짐을 확인할 수가 있다.

청주한씨 시조 묘의 풍수적 특징을 요약하면 첫째로 국세가 좋고 중출맥의 산진처(山盡處)다. 가장 우뚝한 주산으로부터 중출맥(中出脈)으로 입수하고 있으며 좌우로 호종(護從)을 하면서 뻗어 내린 산줄기들이 겹겹이 혈장(穴場)을 호위하고 있다. 둘째로 조안산이 겹겹이 유정하게 펼쳐진다. 주산은 선천적 조상으로부터 받은 복이지만 조안산은 후천, 스스로 개척하는 힘이며 미래 후손들이다.

세 번째 특징은 혈장 앞의 진응수(眞應水)다. 진응수는 혈전(穴前)에서 솟아오르는 길수(吉水)이다. 참된 용(龍)은 기(氣)가 왕성하여 이미 혈을 맺은 후에도 수기(秀氣)가 넘쳐흘러 천(泉:땅속에서 솟는 물)으로 나타나는 길수로 크든 작든 마르지 않고 수질이 좋아야 한다. 우수기인 봄과 여름에도 넘치지 않고 건조기인 가을과 결울에도 마르지 않고 웅덩이에 모여 흘러가지 않고 있어야 하며 물소리가 나지 않아야 신령한 물이다. 이러한 곳은 대귀지(大貴地)로 높은 벼슬이 나는 곳이다.

이곳 청주 한씨 시조묘 아래에 있는 진응수를 방정(方正)이라고 하는데, 왕건이 견원을 정벌하고 마을 앞을 지나갈 때 환란이 집 앞 우물물을 퍼 식수로 제공하고 함께 종군하여 삼한통합에 공을 세워 개국벽산공신에 올랐다. 우물이 네모졌다 하여 태조는 방정(方正)이라고 하였고 모진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현재까지도 오가는 길손들의 목을 축여주는 맑은 우물이다.

▲ 청주한씨 시조묘의 조안산

이렇듯 청주한씨 시조 묘는 명당에 위치한다.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하였으며 오늘날에도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들의 조상 묘가 대부분 명당에 위치하는데 그 후손들이 지금도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74% 이상이 화장을 하고 도시지역은 화장률이 80~90%에 육박한다. 과거에는 가족묘지, 문중묘지를 가족단위로 준비했지만 이제는 정부차원에서 묘지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묘지 상황을 보면 국립으로 운영하고 있는 묘가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국립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임실호국원, 이천호국원,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 등이 있으며 시 단위별로 시립묘지와 화장장이 있으나 전체를 수용하기에는 태부족이다. 그래서 아직도 사설공원묘지와 가족, 문중묘지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묘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대 유럽도시를 가보면 도시 계획단계에서 산 자의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을 구별해 두었는데 이제는 묘지문제를 개인이나 문중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준비하여야 한다.

각 지역에서는 화장장이나 납골당을 혐오시설이라 하여 회피하는데 조상의 공간, 죽음의 공간은 그 지역의 미래다. 좋은 입지에 자리 잡아야 하고 특히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장, 납골당, 산골장은 우선하여 명당에 자리 잡아야 한다. 그동안 개인이나 문중에서 관리하던 이상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화장장 및 납골당, 산골장이 명당에 입지하고 관리되어야 그 도시의 미래가 있다. 공동 화장장, 납골당, 산골장은 넓은 땅을 소요하지 않는다. 명당을 찾아 제 위치에 자리 잡아 조상들이 편히 쉬고 그 도시와 후손들의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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