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의 풍수지리]

▲ 3면이 물로 둘러싸인 중국 사천성의 랑중고성

[오피니언타임스 김정인 풍수지리]중국의 4대 고성(평요, 여강, 랑중, 서) 중의 하나인 랑중은 사천성의 수도인 성도(成都)에서 동북쪽으로 360여km 떨어진 가릉강(嘉陵江) 중류에 위치해 있다. 사천성은 양자강, 민강, 타강, 가릉강 등 4대강이 성내를 흐르고 있어 사천성(四川省)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과 대칭이 된다. 사천성은 고산의 분지로 둘러싸인 분지지모(盆地之貌)로 동서남북의 길이가 300여km가 넘는 넓은 분지이다.

사천성 동북쪽에 위치한 랑중은 1면의 산과 3면의 강으로 둘러싸인 고도로 천혜의 요새이며 그 밖으로는 4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풍수적 국세를 갖춘 풍수지리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를 삼면환수(三面環水) 삼면을 물이 감싸고, 사면환산(四面環山) 사면을 산이 감싸고 있어, 수재산중(水在山中) 물이 산속에 있고, 성재수중(城在水中) 성이 물속에 있는듯 하여, 여시여화(如詩如畵) 시 한 편과 같고 그림 한 폭과 같다고 설명하는데 랑중시에서는 풍수지리를 한족(漢族) 특유의 비물질 문화로 규정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랑중고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전부터 있던 도시이고 주나라 때는 파국의 도성으로, 당대에는 황실의 규모로 랑원을 만들고 송, 원, 명, 청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확장 건설됐으며 중국의 서남지방을 통치하는 중요한 군사지로 간주되었다.

랑중고성의 풍수적 특징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배산임수 지역이다. 랑중시는 대파산 산맥인 건문산맥 마지막 구역으로 가릉강이 좌에서 우로 감싸 흘러가며 동북쪽을 배산으로 서남쪽을 향하는 남향의 구조이다. 도로와 건물의 배치를 산세와 일치시켜 남북의 도로는 15도를 서쪽으로 기울였고, 동서방향의 거리는 평행을 이루었다. 북쪽의 도로는 넓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도로가 좁아지는데 이는 수구관쇄, 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재물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풍수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청룡방에 산이 높이 솟은 곳에 백탑을 설치하였는데 이곳은 수구의 화표(수구에 높이 솟은 것)역할을 한다. 화표는 물이 나가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여 생기가 가두어진다. 중심부에 중천로가 있어 고성의 중심역할을 하며 이곳은 전후좌우로 산봉우리가 연결되어 천심십도를 이루는 곳이다.

▲ 랑중고성 청룡방 수구사에 있는 백탑

랑중고성에서는 과거 급제에서 전국의 수석을 차지한자가 7명이나 나왔다고 하며, 형제가 과거 급제한 집이 있는데 고성의 중심부에 자리한다. 삼국지의 배경이기도 한 랑중고성은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한 장소가 고성의 중심부에 있으며 장비가 장렬히 최후를 맞은 곳에 그의 사당과 무덤이 지어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역사를 되짚어 본다. 기원전 29세기경 8괘를 만들어 문자와 음양학 발전에 이바지한 복희씨의 어머니도 이곳 랑중 출신이다. 산이 좋고 물이 좋아 많은 인물을 배출하여 인걸지령론(人傑地靈論)을 뒷받침하는 곳이다.

랑중시는 지역의 풍수지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하여 원천강, 이순풍 등의 풍수유적지를 조성하고 풍수문화원과 풍수박물관을 만들고 풍수문화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풍수문화를 세계적 유산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12월9일을 세계풍수문화의 날로 지정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중국의 풍수지리는 공산당 혁명으로 1949년부터 1990년까지 40년 이상 단절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풍수지리를 문화콘텐츠화하고 풍수지리 종주국으로서의 위상확보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풍수지리과정이 20여개의 정규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으로 운영되고 100여개의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지자체의 문화강좌, 1000여개의 사설기관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아직 정부차원에서 문화유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왕릉, 남한산성,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의 양동마을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풍수적 문화유산은 부각되지 못했다.

풍수지리는 중국이 먼저 출발하였지만 40여년의 단절기간이 있어 맥이 끊어졌으며, 우리나라는 단절 없이 꾸준히 이어오고 연구돼 현재의 학문적 수준은 중국의 풍수를 앞서간다. 중국의 풍수는 역의 사상이 많이 강조되지만 우리나라의 풍수는 풍수지리학의 차원에서 학문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지나 문화시대로 발전돼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풍수지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사업과 정부차원의 문화콘텐츠화 노력이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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