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의 자유세상 3.0]

 

[오피니언타임스]국정감사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고 있는지, 또 제 할 일을 효과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를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감시하고 조절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뤄지는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평가는 그리 호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정감사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이미지는 '야단과 호통’으로 요약될 수 있다. 감사대상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국정’과는 별반 관계가 없어 보이는 민간인들까지 불러놓고 마구 호통을 쳐대기 때문이다. 야단맞는 대상이 거물급이라면 호통의 정도가 더 강해진다. 고위공직자는 물론이고 저명한 기업인들까지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는 호통 한마디에 제압당하기 일쑤이다. 드라마틱한 활극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흥미있는 장면일 수 있지만, 차분하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는 국정감사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못 실망스러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감사를 접하다보면 두 가지 정도의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왜 국회의원들은 윽박만 지르는가?’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왜 국정감사에 민간인들이 나와서 야단을 맞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정치적 효과’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대개의 국정감사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바와는 달리 핵심 사항들 위주로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제한된 기간 내에 수많은 기관들을 감사하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카메라가 국정감사 현장에 들어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국회의원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부분 증인을 호통치고 고압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야단과 호통으로 요약되는, 일반국민들의 국정감사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여기에서 생겨난 듯하다. 결국 지인의 말을 요약해보면 국회의원들이 호통을 치는 것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보여주기식 국정감사’라는 말이나 '국정감사는 쇼’라는 말이 공연히 생긴 말이 아닌 듯싶다.

반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보야야 할 부분이다. 국정감사란 본디 행정부가 예산을 잘 집행하고 있는지,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감시하고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자들은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종사자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민간인들,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업의 오너나 책임자 정도되는 거물급 민간인들까지 국정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이는 국정감사의 증인출석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증인채택 기준은 '감사에 필요하면’이라는 아주 모호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감사에 필요함을 이유로, 여론의 반향을 일으킬만한 사람이라면 민간인도 호출하는 것이다. 증인채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수십명, 아니 수백명이라도 불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감사에 필요하다고는 해도, 이러한 행태는 결코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꼭 필요하다며 불러놓은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1~2분 정도 내외로 대강대강 질의를 마친다던가,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안한 채 그냥 돌려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증인 1인당 평균 대기시간은 4시간19분이었으며 평균답변시간은 2분28초 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1인당 평균 답변횟수가 10.6회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질의 1개당 답변소요시간은 대략 15초 이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파악하고 확인했을지 의문시 되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국회가 국정감사를 빙자하여, 꼭 필요하지도 않은 증인을 마구잡이식으로 불러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자료에 따르면 신문을 받은 일반증인들은 겨우 2분 정도 답변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4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는 내용도 밝혀져 있다.

사실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을 요청할 정도면 대개 한가한 사람들은 아니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즘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람들은 없으며,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기업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아무리 국정감사가 중요하고 국회의원이 지체 높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정감사라면 국민의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국정감사와 관련한 국회권한의 경계가 알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된 것일까? 왜 국정감사에 대한 국회의 권한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중요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공공성이라는 것은 사실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개념이다. 공공성이란 일단 이를 추구하는 주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지향하는 의미도 추상적이고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성의 추구가 마치 절대적인 가치인 것처럼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

사실 공공성 또는 공익의 추구하는 것은 특정한 의도를 갖은 이익집단에 의해 왜곡되어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적인 의도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대중영합적으로 변질되어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근래 자주 강조되는 교육공공성이라는 것이 좋은 예라 할 것이다. 물론 현대국가에서 교육은 공공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는 언젠가부터 교육을 '완전공공재’라 인식하여 공공성이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립학교의 교육서비스도 공공재이고 학생들의 점심식사도 당연히 공공재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사회에서 공공성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여러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공공성, 교통공공성, 방송공공성 등은 물론, 광고공공성, 금융공공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공성의 추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가히 공공성 홍수의 시대라 할 것이다.

다시 앞서의 논의로 돌아가 보면, 국회의 국정감사 역시 공공성이 과도하게 강조된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정에 대해 감시하고 조정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본질임을 상기해 본다면 국정감사에 민간인과 민간기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제도의 본질과는 사뭇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설사 기업활동과 기업인에 밀접한 '정책’에 대해 감사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기업인을 직접 불러서 물어보는 것보다는 먼저 해당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국민의 대표임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 권리의 강도만을 주장하기 이전에 먼저 책임있는 모습부터 보임이 바람직할 것이다. 무소불위의 국정감사, 보다 전향적인 모습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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