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움직임… 천박한 反기업 포퓰리즘 입법

 

[오피니언타임스 추창근 편집인]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결국 징역 1년의 실형 선고를 내렸다. 법원은 “승객 안전을 볼모로 삼은 중대 사건”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고 했다. 재벌 3세란 후광으로 직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항공기마저 자기 물건 다루듯이 한 그릇된 행동에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조현아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조현아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기업집단 윤리경영 특별법’이란 이름의 이 법안은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일정 기간 동안 기업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최대주주 및 본인,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 등 대주주로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들로 적용 대상을 삼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경우 형이 끝난 날로부터 10년, 집행유예는 유예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5년간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인물이 회사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용도 담긴다.

김 의원은 “30대 그룹 총수의 후계자가 승계기업에 입사할 때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이 평균 3.5년에 불과해 과도한 특권 의식에 젖을 우려가 크다”며 “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유·무형의 손해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경영진으로 복귀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법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안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또 다른 ‘땅콩 회항’ 사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이 최근 “검증되지 않은 오너 일가 3·4세들이 초고속 승진하면서 오너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며 “일명 조현아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명분은 일견 그럴 듯 하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비상식적인 ‘갑질 문화’와 특혜 구조는 기업의 위기로 연결되고, 또 해당기업의 손실을 넘어서서 국가경제에 위협 요인으로 까지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제동장치 없는 부의 대물림이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처럼 사회 정의를 해치고 일반인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여론 또한 비등한 것도 사실이고 보면 법 제정이 공감을 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 부정하는 과잉 입법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 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정말 한심한 발상이다. 이 법안에 어떤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건 나가도 너무 어긋나게 나간 법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형편없는 안하무인적 ‘갑질’행태, 재벌의 힘을 엉뚱하게 행사해 직원을 마치 노예처럼 다룬 오만한 행동,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뉘우친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진정성이 결여된 듯한 모습은 확실히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국민적 공분(公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것은 ‘조현아 개인의 품성의 문제’이지, 재벌기업 세습 경영의 구조적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걸 혼동하고 있다. 재벌가 일원의 일탈이 흔하기는 하지만 모든 재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재벌가도 죄를 저질렀다면 응당 벌을 받고 단죄(斷罪)되어야 한다. 법을 어겼으면 예외없이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법치의 원칙이고 공정한 사회의 룰이라는데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조현아도 마찬가지이다. 법이 해야할 일은 그의 ‘갑질’ 무엇이 법의 어떤 조항을 위반하고 공공에 위해를 가했는지 구체적이고 냉철하게 따져 상응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번 재판부의 징역 1년 선고는 그렇게 나온 결과이다.

빗나간 포퓰리즘,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삼아

지금 ‘조현아 특별법’의 문제는 빗나간 포퓰리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조현아의 일탈에 분노하는 국민 여론에 기대 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겠다는 ‘천박한 입법 만능주의’인 것이다.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 참여와 기업 활동에 족쇄가 채워지고 불이익을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그 부당성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현행 법에도 주주총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임원을 해임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물론 지배주주가 전권을 갖고 있어 소수 주주의 책임 추궁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 해도 재벌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잘못된 결과가 빚어졌을 경우 책임을 묻는 것은 시장이 결정할 일이지 법이 간섭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법안의 근본적인 오류는 시장경제의 본질인 국민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사유재산권의 향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율에 대한 불간섭과 공공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사유재산이 확실히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야말로 시장경제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자 근간인데, 그것을 여론몰이로 부정하고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 각자의 재산권 보호 원칙, 국민 모두의 직업 선택 자유를 명확하게 밝혀놓고 있고 보면, 위헌 소지 또한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모두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존재’들이다. 기업인들은 정치적 시류, 사회 여론에 따라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하고 전과자가 되기 십상이다. 당연히 법은 지켜야하고 준법경영은 기업 리스크 예방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법의 배임죄 조항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 규제들은 적용범위와 기준이 모호해서 기업인들에게 ‘걸면 걸리는 죄’나 다름없다. 지금 수많은 기업인들이 각종 법을 위반해 처벌받고 감옥에까지 들어가 있는 사례는 허다하다. 국회에서 쏟아내는 법은 기업들과 공장을 해외로 내모는 규제,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징벌 일색이다.

물론 기업도 사회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하나의 생태적 존재이고 보면, 민심을 거슬러 지탱할 수 없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주주에 대한 책임을 넘어 사회전체에 대한 공헌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경영의 주된 흐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 사회에 퍼진 막연한 반기업 정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은 반재벌·반기업 감정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재벌을 적으로 삼는 맹목적 반기업 정서는 경제의 엔진을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조현아 특별법’이 기업인들에게 또다른 굴레를 덧씌우면서 반기업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조현아가 아무리 미워도, 재벌이 아무리 싫다 해도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될 법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