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 과거 중국 중심의 사고를 보여주는 천하제국도.

[오피니언타임스 함기수 중국이야기]모름지기 결과(結果)를 낳게 하는 것이 인(因)이며 그 인(因)으로 생긴 것이 과(果)이다. 이 세상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이치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끼곤 한다.

중국의 근대사는 실로 참담하다. 세계의 중심 국가로서의 위용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돌이켜 보면 오늘의 중국인들이 느끼고 있을 절치부심(切齒腐心)과 서구 세계에 대한 응어리를 짐작할 만 하다.

1840년, 역사상 가장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평을 듣는 영국과의 2차에 걸친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되어, 프랑스, 독일을 거쳐 러시아, 미국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에게까지 중국은 철저하게 유린당한다. 그리고 이는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패하여 물러날 때 까지 100여년 이상이나 계속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백전백패, 수 없이 중국 전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민란(民亂)과 내전(內戰)을 제외하고라도, 외세와의 전쟁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무능함을 그들은 만천하에 드러내고야 만다. 그리고 그때 마다 겪어야 했던 수모와 굴욕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더라도 눈물겹다.

파란 만장한 중국 역사 속에서 그 어느 사실(史實)에 인과(因果)가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나는 잃어버린 100년의 중국 근대사를 있게 한 그 인(因)이, 역설적으로 지구상에서 최대, 최고의 위용을 자랑한 청나라 초기의 태평성대(太平聖代)였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청나라는 명목상으로 12황제가 통치한 나라이다. 여진족을 통일하고 후금을 세운 누르하치가 제1대 천명제(天命帝:재위기간 1583~1626)이고, 종족명을 여진(女眞)에서 만주로, 국호를 금(金)에서 청(淸)으로 바꾼 홍타이지가 제2대 숭덕제(崇德帝:1626~1643)이다. 그리고 제3대 순치제(順治帝:1643~1661)에 이르러 명나라를 멸망시키고(1645), 수도를 심양에서 북경으로 옮겨 비로소 중국 대륙을 통치하기 시작한다.

청 제국의 전성기는 제4대 강희제, 제5대 옹정제, 제6대 건륭제 단 세 황제가 통치한 130여 년 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의 중심 국가로서 중화사상의 진가를 천하에 떨치게 된다.

제4대 강희제는 7세에 즉위해 68년의 생애 중 61년 동안 세계 최강 제국을 통치했다. 그는 타이완을 복속 시키고 몽골, 티베트 등 변방을 정벌해 청 제국 영토를 거의 두 배로 넓혔으며 러시아와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어 북방의 국경을 확정한다. 그는 같은 시대 루이 14세의 프랑스와 표트르 1세의 러시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제국을 다스린 황제였다.

그의 뒤를 이은 넷째 아들 옹정제는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국가는 안정되고 황실의 권위도 공고해 졌으며 재정 및 조세 개혁 등으로 나라 살림은 더욱 탄탄해 지고 윤택해 진다. 제6대 황제 건륭제의 공식 재위 기간은 60년으로 제4대 강희제보다 1년이 짧다. 그러나 그는 60년을 통치한 후에도 아들에게 양위한 후 4년간 섭정을 하여 실질적으로는 64년을 통치해 중국 역사에서 최장 통치기간을 세운다. 그는 25세의 나이로 황위에 올라 수차례 대외 원정을 단행하여 그의 치세하의 청 제국은 중국 역사에서 칭기즈칸 이래 최대의 영토를 차지하게 된다.

물도 오래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고 사람이 배부르면 게으르고 오만해 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1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나라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절정기를 보내고 있을 때 바야흐로 서양에서는 세계 근현대사를 결정하는 격동의 사건들이 벌어진다. 산업혁명과 미국 독립(1776),프랑스 혁명(1789) 등이 모두 제6대 건륭제와 시기를 같이한 사건들이다. 영토 확장에 따른 다문화 국가로의 변신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내부 문제의 태동과 함께, 그들이 오랑캐로 폄하하며 상대조차 하지 않았던 서구 세력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너무도 오래 지속된 안정과 평화가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잘 나갈 때 주변을 살피고 철저하게 미래를 대비해야 함은 우리 인간사에도 엄중한 교훈을 준다. 중화사상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를 굽어만 보던 오만함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는 처참함을 보면서 가슴 섬뜩한 역사의 교훈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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