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 지난달 31일 베이징의 한 증권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주변에서 중국 증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중국 경제가 이렇게 발전하니 안전한 종목에 투자해 묻어 놓고 있으면 나중에 효자 노릇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 그 나라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임을 감안할 때 일리 있는 얘기이다. 그러나 중국주식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여기에는 자본의 개방이라는 대세와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딜레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뇌가 고스란히 섞여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의 증권시장은 상하이와 선전에 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1990년12월19일 첫 거래를 시작했고, 선전은 이듬해인 1991년7월3일 설립됐다. 뉴욕(1792년), 런던(1802년) 증권 거래소보다 대략 200년 정도 늦고, 도쿄(1878년)증권 거래소에 비하더라도 100년 이상 늦게 설립됐다. 중국 증시의 불안정성이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때, 선진 증시와 비교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이렇게 역사가 일천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에 따라 주식의 종류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주식의 종류에 따라 투자 주체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거대한 주식시장 안에 마치 여러 칸막이가 있는 것과 같다. 이 칸막이는 세월이 가면서 주식시장의 안정과 중국 정부의 자신감에 따라 하나씩 제거될 것이다.

상하이, 선전 등 본토 증시에서는 크게 A주와 B주가 거래되고 있다. A주는 중국인만 투자할 수 있고 B주는 외국인도 투자가 가능하다. 즉, 우리 같은 외국인은 사고 싶어도 A주는 살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선전 증시에는 중소기업만 거래되는 중소기업시장(中小板:중소판)과 벤처기업 중심의 차스닥(創業板:창업판)이 있다. 상하이는 대형업체 중심으로, 선전은 중소기업 위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중국 증권 당국의 구상이라고 한다.

참고로 홍콩 증시에는 H주와 R주가 있다. H주는 중국의 국유기업 종목으로 칭다오 맥주, 공상은행 등 대륙의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고, R주 역시 대륙에 기반을 둔 기업이지만 법인등록지가 대륙이 아닌 홍콩이라는 점이 H주와 다른 점이다. 우리가 투자한 ‘차이나 펀드’ 중에서 홍콩 증시에 투자된 것도 많다.

외국인은 이론상으로는 상하이, 선전 증시의 B주와 홍콩증시의 H주, R주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외국인도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허가 받은 외국 기관에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A주 투자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QFII(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라고 하는데, QFII펀드 운용 허가를 받은 해외 기관투자가는 A주 투자가 가능하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것이 ‘차이나 펀드’이다.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제도도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영향을 확대 강화하기위해 2011년부터 시행한 제도이다. 이 또한 QFII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위안화로 중국 본토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별로 할당한 금액 안에서 해당국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위안화를 조달해 중국본토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선물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초기에는 홍콩 소재 중국계 금융기관에만 자격을 부여했지만, 2014년 6월말 기준으로 5개국 66개 기관에 총 5800억 위안으로 확대됐다. 우리는 2014년 7월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800억 위안(약14조원)의 한도가 설정됐다.

최근 중국주식 시장의 화두는 단연 후강퉁(沪港通)이다. 2014년 11월17일부터 전격 개시된 후강퉁 제도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교차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후강퉁의 후(沪)는 상하이를 가리키며 강(港)은 홍콩을 말하고 퉁(通)은 이 두지역의 거래소를 연결함으로써 한쪽 거래소를 통해 타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교차거래를 지칭한다. 후구퉁(Northbound Connect)을 통해 홍콩 투자자 또는 해외투자자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주식을 거래하고 강구퉁(Southbound Connect)을 통해서는 중국 본토의 투자자가 홍콩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후강퉁이다.

그리하여 현재 외국인인 우리가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홍콩 H주, 레드칩)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고, 다음으로 중국 본토에 상장된 종목 중 외국인이 투자 가능한 B주에 투자하는 것, 그리고 QFII나 RQFII 펀드를 통해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것이 있으며,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2014년 11월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도 홍콩거래소 회원증권사를 통해 자유롭게 중국 본토 A주에 대한 매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금 중국의 주식시장은 경제 성장에 비례하여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우리나라 2년간의 총 GDP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전형적인 산물인 주식시장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엄청난 부와 몰락을 함께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 주식시장을 공부해야하는 이유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