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中國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재(理財)에 밝고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을 얘기할 때 장사 수완이 뛰어나고 돈을 밝힌다고 하는데 나의 경험으로도 지나치게 과장된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어느 초라한 할머니가 손을 떨며 베팅하던 모습은 아직도 나에게는 충격으로 남아 있다. 증권 거래소가 개설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이 돈 냄새 나는 곳을 지나칠 중국 사람들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증권회사 객장에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도시락을 먹으며 주식 시세판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일확천금의 환상이 묻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차이나 펀드’의 열풍이 불었으니까 중국 현지에서의 열기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신규 상장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일부 기업인이나 극히 소수의 투자자를 제외한다면 중국의 주식으로 크게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서 ‘차이나 펀드’로 크게 재미 본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금융위기를 통해서 명실상부한 G-2로 성장하고 10년 내로 미국을 추월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막강한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주식 시장이 그 나라 경제의 지표임을 감안했을 때 적어도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크게 후퇴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주식시장과는 전혀 다른 중국 주식시장의 ‘태생의 한계’가 대두된다.

중국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개념이 나온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 전까지는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까지 하는 그야말로 ‘국가 기업’의 개념이었다. 그러다가 국가는 지분만을 소유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다는 기업의 개혁이 시작되었다. 기존 국가기업의 소유구조를 바꿔 주식회사로 전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국가는 해당 국유기업의 주주가 되고 국유기업은 국가가 100%의 지분을 갖게 된다. 바야흐로 주식회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주식은 있으되 시장이 없다면 그 주식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이 주식이 거래 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했고 그리하여 1990년 상하이와 1991년 선전에 중국 주식시장이 탄생하게 됐다. 모름지기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라는 주식 시장 본연의 기능보다는 ‘국유기업 개혁’이라는 과제가 중국 증시의 산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주식시장을 만들기로 했으되 고민이 따랐다. 주식을 모두 시장에 공개하면 기업이 일반인 또는 외국인에게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떨어짐은 물론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서방 자본에 의한 중국(기업) 전복’이라는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기형적으로 탄생한 것이 ‘비유통주’라는 것이다. 상장사의 지분 중 70%를 국가가 갖고 나머지 30%만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다. 70%는 국가가 그냥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이 70%의 주식 중 일부라도 시장에 풀린다면 주식의 공급은 폭증할 것이고 아울러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중국 주식 시장이고 이 ‘비유통 주식’은 지금까지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이 ‘비유통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다. 일정 기간 유통을 제한하는 ‘매각 제한주’ 방식 등을 통해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점차적으로 ‘비유통주’를 시장에 풀어 나가고 있고 이는 중국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 2006년 비유통주 개혁을 시작으로 2013년 7월 현재 6737억 위안(약 153조원) 규모의 비통주 거래 금지가 해제되었다. 이것으로 실질적인 비유통주 공급은 90% 이상 완료되었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2016년경이면 ‘비유통주’ 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서방증시 수준으로 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서방의 선진 시장에 비해 200년 정도 늦게 설립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서방 금융 시스템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금리 자율화나 각종 규제 등 사회주의 정치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와 불확실성은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분야에서처럼, 중국 증시를 뉴욕이나 런던 시장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키운다는 분명하고 치밀한 계획을 갖고 있다. 무림의 고수가 초야에서 천리를 보듯이, 서두르지 않고 표정의 변화 없이 막을 것은 막고 열 것은 조금씩 열어가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