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 중국이야기]

국제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 위안화©포커스뉴스

제갈량의 적벽대전 연상케 하는 중국의 외자 유치 전략

[오피니언타임스] 안개 낀 새벽, 20척의 배를 향해서 조조군은 빗발처럼 화살을 쏟아 붓는다. 서기 208년, 천하 쟁패를 위해 조조의 대군과 유비, 손권 연합군이 결사적으로 맞붙었던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의 일이다. 무자비한 화살 공격을 받은 배들은 그 화살들을 싣고 유유히 돌아오고, 짚과 허수아비로 위장하여 모자라는 화살을 보충하기 위한 제갈량의 지략은 이렇게 성공하게 된다. 제갈량은 앉아서 10만개의 화살을 얻은 것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그들이 외자 유치를 통해서 그들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모습을,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이렇게 묘사했다. ‘배는 강에 떠 있고 화살은 날기 시작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중국은 합작 투자라는 배에서 화살을 서서히 뽑아냈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의 외자유치에 대해서 이처럼 기막히게 핵심을 찌른 묘사를 보지 못했다.

개혁 개방 이후 40년이 되지 않았다. 우리와 국교를 맺은 지는 20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나 오늘날 G-2로 회자되며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과정을 보면, 부활한 제갈량에 의해 세계를 향해 시도된, 일사분란하고 주도면밀한 전략(戰略)을 연상케 한다. 개방의 무모함을 주장하는 공산당 원로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덩샤오핑은 ‘창문을 열면 먼지나 파리도 들어 올 수 있다. 이를 두려워하여 신선한 공기를 마다할 것이냐?’ 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그는 신선한 공기를 위해서 창문을 바로 활짝 열어젖히지는 않았다.

지난 11일 중국 ‘광군제’ 행사에서 약 16조5000억원의 물건이 거래된 가운데, 광저우의 한 물류창고에서 거래 상품을 택배로 보내고 있다.©포커스뉴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37년간 연평균 9.8% 초고속 성장

1980년 5월, 중국은 최초로 4개의 경제 특구를 지정한다. 광둥성(廣東省)의 선전(심천), 주하이(珠海:주해), 산토우(汕頭:산두)와 푸젠성(福建省:복건성)의 샤먼(廈門:하문)등 4곳이, 바야흐로 사회주의 안의 자본주의 도시로 탈바꿈 하게 된다. 이어서 연안도시 14곳이 개방되고 추가로 하이난다오(海南島)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는데, 사실 덩샤오핑은 먼지와 파리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개방의 실패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특정 지역으로 제한했던 것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신중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90년대 중국 사업을 한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얼마나 외자 유치에 공을 들였는지 알고 있다. 기업과 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고 중국은 이 자본이 없었다. 화살이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중국 공무원들의 절반만 해도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 중국에는 관(官)과 민(民)이 따로 없었다. 중외합자(中外合資), 중외합작(中外合作), 외상독자(外商獨資)등 이른바 삼자기업(三資企業)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었었다. 이 후 중국은 일사 분란하게 세계를 향해 나아갔고, 다른 나라와 적극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적 관계를 맺어 나간다. 이 이면에는 국제 사회에서의 유익한 요소들, 즉 제갈량의 화살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중국을 향해 화살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세계 유수의 국가들과 유수의 기술과 브랜드가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외자기업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거대한 중국시장에 재투자했다. 그로 인해 중국은 고용이 창출되고, 글로벌 기업의 선진시스템을 습득했다. 산업기술 수준이 올라가면서 중국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2013년까지 이런 식으로 중국이 유치한 외자(실질유입액)는 1조3937억 달러로 설립 기업 수(계약기준)는 78만 9000개, 이중 44만개 기업이 등록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개혁개방 37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연평균 9.8%의 고속성장을 이루어 냈고, 중국 기업들 또한 대외적으로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쯤 되자 제갈량의 전략이 바뀌게 된다. 중국은 2006년 2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한 후 줄곧 외환보유액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4조 달러에 달한다. 역사상 그 어느 나라도 가져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돈으로 그들은 세계의 기술과 브랜드와 자원과 부동산을 사 들이기 시작했다. 앉아서 얻은 엄청난 화살을 세계로 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군인들이 9월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퍼레이드 연습을 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외자 유치를 바탕으로 군사, 경제 강대국이 됐다.©포커스뉴스

유럽과 미국에 자본 수출하는 중국의 ‘금융굴기’, 국제기축통화 기정사실화

2014년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1400억 달러이다. 최초로 실제 외자이용 규모인 1195억6000달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이제 ‘중국이 자본 순수출국으로 성장했다’고 선언했다. 외자 유치와 비교할 때 향후 몇 년간 중국의 해외투자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투자 심사 간소화, 사후 감독관리 보장과 리스크 대응 완비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로 국제 인수, 합병(M&A) 방식을 통하여 해외투자를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인수, 합병(M&A) 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진 분야는 첨단기술, 미디어, 통신(TMT), 에너지, 광산 및 부동산 등이었다.

중국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투자 대상국은 유럽과 미국이었다. 그들은 그들에게 가장 수모를 안겨준, 그리고 가장 앞선 브랜드와 기술력을 가진 최고의 선진시장에, 그들의 뿌리를 확실히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 위안화는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어 사실상 국제 기축통화로 될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달러가 독주해 온 국제화폐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이제 중국의 ‘금융 굴기’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살이 절실히 필요했던 때, 절묘한 전략으로 화살을 거두어들인 적벽대전에서의 제갈량이 완벽하게 부활하여 G-2의 중국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한 그의 다음 전략이 궁금해진다.

 

 함기수

 세계화전략연구소 객원교수(중국전문가)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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