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한국인은 이들에 대해서 말하면 일단 부정적인 것을 떠올린다. 허례, 공리공담, 국가 문약의 원흉···.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들 그룹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를 해본 적이 있는가? 이들 그룹을 세계 다른 나라의 비슷한 그룹들과 연관 지어서 제대로 포지셔닝을 해본 적이 있는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국조 단군을 이들 그룹의 1호라고 정의했다. 단재가 부정한 김부식도 이들 그룹을 민족의 뿌리로 간접 인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들을 만주 언어로 풀어 ‘앎을 사랑하는 그룹’이라고 푼다.

기사, 신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은 무엇일까? ©픽사베이

기사, 신사··· 소피스트는 좋다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멋쟁이? 하면 우리는 기사(Knight)를 떠올린다. 원탁의 기사, 돈키호테, 십자군, 삼총사 등등. 영국은 기사도에서 파생한 신사(Gentleman)를 엄청 홍보한다. 영화 ‘킹스 맨’에서 해리 역을 맡은 콜린 퍼스의 세련된 매너와 복장에 젊은 여성들이 혹하고 ‘타이타닉’에서 여자와 어린이를 위해 기꺼이 죽는 그 그룹 말이다.

일본은 ‘라스트 사무라이’, ‘7인의 사무라이’ 등에서 사무라이를 두 개의 칼을 차고 할복을 기꺼이 하는 충절의 멋진 남자로 표상한다. G2 중국은 군자를 홍보한다. 문화혁명 당시 그들이 부정했던 공자(곧, 대표 군자)를 북경 올림픽 때는 대표 이미지로 표현했고 군자 영화도 만들고 군자의 표상인 ‘공자 학당’을 세계에 2000개 이상 지어서 홍보에 열을 올린다.

미국은 위기 때마다 서부의 개척 정신을 표방하는데 그 중심에는 카우보이가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항상 보이처럼 젊어 보인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말보로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인 1950년대에 카우보이를 이미지 모델로 설정함으로써 정체성을 상실한 미국 남자들 기를 살려줬다. 뿐인가, 말보로가 진군하는 세계 곳곳에 카우보이를 진취적이고 고독한 남자의 표상으로 각인시켰다. 고대 그리스엔 소피스트가 있었다. 정치적 이상과 지에 대한 사랑으로 뜨거웠던 그들. 이들은 그 땅을 신령스럽게 만드는 원형으로 기여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그들

©픽사베이

한국은 역사가 5000년이라는데 그런 대표 그룹이 없는 것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계에서도 유별난 특징을 보이는 지금의 한국인이 있을 수 없다. 이스라엘, 베트남과 함께 세계 3대 독종으로 꼽히는 한국인. 세계 제1의 교육열 나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건국 60년 만에 해치운 무서운 나라, 전후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나라. 활쏘기의 귀재 나라.

소설가 김진명은 ‘천년의 금서’, ‘글자 전쟁’을 통해 한국의 고대사 실체를 밝히려 했으나 신비주의에서 그쳤을 뿐 구체적 역사를 가지는 이들 그룹에 대한 천착으로는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오히려 하버드대 출신 비교문화학자인 이마누엘 페스트라이쉬는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공부한 터임에도 이들 한국 그룹의 지독한 자기 수양, 사회적 책임감, 평화주의에 주목해서 현대에도 통할 세계 유산으로 살리자고 주장을 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여기에 있다고.

그런데 우리는 왜 이들 그룹을 부정하고 심지어 무지한가? 연구자들은 말한다. 일제 식민주의가 덮어씌운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라고. 또 누구는 말한다. 친일, 친미, 사대에 빠져 한국적인 것을 마냥 부정하는 자국 멸시의 고질적 병 때문이라고. 극단적인 누구는 말한다. 그들이 실용과 기술을 무시하고 근대화를 놓쳐 나라를 망친 것은 맞지 않냐고.

©픽사베이

한류의 앙꼬

단군 이래 이른바 한류가 거의 최강의 분위기다. 노래, 춤, 영화, 음식···. 오바마가 극찬한 교육열, 성형산업과 화장품, 관광, 스마트 폰과 가전제품 인기가 가히 놀랍다. 그런데 여기를 관통하는 정신과 문화 원형은 무엇인지? 뭔가 앙꼬가 빠졌다. 호떡에 꿀물이 빠졌고 산에 신령이 없고 용이 여의주를 놓친 꼴이다. 그거 없이도 잘 되지 않느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이류다. 고유의 정신이 없고 정신을 유지하는 앙꼬가 없으면 철학 없는 럭셔리 제품으로 멈추고 만다. 브랜드일 뿐 명품이 안 되고 그러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코리아가 된다.

만일 중국이 그 기술과 자본에 군자 정신을 얹어버리면 어쩔 것인가. 말보로에 카우보이 이미지가 없었다면, 그래서 겨우 낙타 정도 캐릭터만 넣었다면 위대한 브랜드가 되었겠는가. 신사도가 없었다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어디서 나온 멋진 자식이란 말인가. 소피스트 저변 문화가 없었다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어찌 나온단 말인가.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중국 춘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월드 ○○ 상’을 만들라

이들 그룹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우리 스스로 병풍 속 이미지로 가둬놓았음은 분명하다. 그러니 세계 캐릭터의 무한 전시장인 ‘스타워즈’에 이들 그룹의 그림자도 나오지 않는다. 자업자득이다. 이것도 못하면서 무슨 한식 일류화인가! 사람 나고 음식 난 것 아닌가?

우리 스스로에 너무 냉혹하지 말자. 세계의 그룹들이라고 다 잘난 것은 아니다. 기사들은 십자군 때 무지막지한 죄악을 저질렀고 신사는 고작 무위도식 시골 향리 그룹이었다. 카우보이는 말똥 소똥 치우고 무식하고 인디언의 땅을 빼앗은 그룹이었다. 소피스트는 플라톤에 의해 궤변론자로 치부되었다. 사무라이는 상인자본과 결탁해서 세력을 온존시킨 비열한 측면이 있고 충은 있으되 세계 혼은 없었다. 그러니 가장 비인간적인 전쟁인 가미카제 특공대와 옥쇄작전이 통했다.

이들 한국의 대표 그룹은 마오쩌뚱에 대한 덩샤오핑의 통 큰 평가를 원용하자면 한국 5000년 사에서 공7과3의 그룹이다. 공7과3(功七過三)이라면 한국인의 중심에 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은 5000년 정신의 원형을 획득하며 스토리텔링 시대에 보물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세계 문화의 한류 축을 담당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하나 제안하고 싶다. 그들만 나눠 갖는 노벨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이제라도 ○○들을 다시 발굴하고 나아가 이들을 기리는 ‘월드 ○○ 상’을 만들어 상을 주자. 지독하게 공부하고 세계 홍익에 기여한 그들을. 이를테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리눅스 토르발스 같은 이들. 그러면 한류는 명품 앙꼬를 채운 빵빵한 명품 빵이 될 것이다.[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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