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의 자유세상 3.0]

어느 펀드매니저는 무인도에서 본국의 경제를 예측하는데 한가지 정보만 알 수 있다면, 연령별 인구구조 정보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 실물경제를 구성하는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주체는 인간이고, 이에 대한 정보가 경제분석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의 핵심 인력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생산인구(25-49세)는 2008년을 정점으로 매년 평균 20만명씩 줄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인구구성 문제가 우리 실물경제의 물밑에서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픽사베이

디플레이션의 주범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중추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때 실물경제에서 유효수요가 감소하게 되며, 지금과 같은 과잉생산 하에서는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모타니 고스케가 저서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에서도 밝힌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가 0.8% 오르는 데 그쳐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0%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의 이윤율 하락, 생산과 설비투자 축소, 수요자의 소비 연기 및 축소 등으로 연결되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이는 다시 실업률 상승, 수요감소, 생산축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만약에 실물경제의 악화가 금융시장으로 급속히 파급되면 자본시장의 일시적인 붕괴와 실물자산가격의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화 등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이에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린다고 비유할 정도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원인을 세밀하게 진단하지 않고 과도한 정책을 밀어붙일 때, 그에 따른 부작용은 디플레이션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 있다. 즉,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요인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이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수요부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타니 고스케는 생산인구감소가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비유했다. 하강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아무리 위로 오르려 해도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고, 걸어서 내려갈 경우는 가속도가 붙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성장을 위해 어떤 정책적인 노력을 해도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지만, 외부의 경제충격이나 내부 경제사정(메르스 사태, 남북관계 악화 등)에 의한 경기하강은 가속화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1분기 중 21조원 이상의 재정을 조기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차피 쓸 돈 당겨쓴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만큼, 생산인구감소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기획재정부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은 복합불황을 야기할 수도

정부는 지난 1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업투자확대 유도정책, 자동차소비세 인하 등 소비활성화 방안, 재정 조기집행 등 단기적이고 반복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디플레이션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1월말 기준으로 매일 필요한 식료품값은 상승세(양파 117%, 파 49.9%, 마늘 41%, 감귤 22.5%, 사과 7.9%)이고, 전·월세 등 주택관련 비용도 이미 가파르게 오른 상태이며, 각종 공공요금과 보험료 등도 상승 대기 중이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지만, 주된 요인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진단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전체적인 물가지수가 하락한다고 건설경기를 부양하거나 지금과 같이 생활물가상승을 방치하면서 물가정책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포장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당국은 디플레이션 대책으로 확대재정금융 정책을 선호하겠지만,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우리경제에 있어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핵심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실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일반적인 경제정책과 함께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더 근원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이 정치적 이슈에 매몰되어 단기적이고 미봉적인 확대재정금융정책에 머문다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경기침체 가속화, 높은 실업률, 생활물가상승을 유발하면서 더 감당하기 어려운 복합불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대학 졸업생이 매년 56만명이고 매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80만명이라는 최근의 보도는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최소한 20년 후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미칠 경제문제를 심각하게 접근하고 대비해야 한다.[오피니언타임스=양원희]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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