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지난 13일 치러진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 등 3개 주 지방선거에서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이 모두 참패했다. 최대 승자는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인기영합 발언을 하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긴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었다.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자들이 1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주 선거의 초기 개표결과가 유리하게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포커스뉴스

독일 국민 중도우파·좌파 모두 외면···극우 성향의 AfD당 득세

독일 3개 주의회 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일 사회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로 좌우로 분열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중도 우파 성향의 CDU와 중도 좌파 성향의 SPD 사이에서 독일 유권자들은 두 정당 간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CDU나 SPD 모두 그저 중도 성향의 정당들로 생각한 것이다.

오랫동안 독일 정치를 장악해온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식상함을 극우와 극좌 정당들이 메우면서 독일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록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독일좌파당(Die Linke)과 3년 전 반(反) 유로화 정책을 기치로 내세워 창당한 AfD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약진하면서 기성 정당들의 자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독일의 정계의 풍향도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AfD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1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독일로 밀려들면서 독일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게 번졌기 때문이다. AfD는 이런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선거 구호를 앞세워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15.1%, 라인란트-팔츠주에서 12.6%, 작센-안할트주에서는 24.2%라는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3개 주 주의회에 모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AfD는 기존에 주의회에 진출했던 5개 주에 더해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절반인 8개 주에서 주의회 소속 의원을 두게 됐다.

반면 독일 최대 정당 CDU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득표율이 지난 2011년 선거 때보다 12%포인트나 낮은 27%로 하락해 사상 최초로 최대당의 위치를 놓치고 제2당으로 전락하는 등 3개 주 모두에서 지지율 하락을 맛봐야만 했다. CDU와 함께 독일 정치를 이끌어온 SPD 역시 바뎀-뷔르템베르크주에서 12.7%의 득표율로 2011년의 23.1%에 비해 득표율이 반토막나는 아픔을 겪었고 작센-안할트주에서는 2011년 득표율(21.6%)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0.6% 득표로 AfD와 독일좌파당에도 뒤진 제4당으로 전락했다. 이런 결과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독일의 정당 정치 문화가 이제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과 극단적 대립은 지구촌 각국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는 것처럼 보인다. ©픽사베이

미국 트럼프와 샌더스의 정치권 ‘불신’ 돌풍, 유럽으로 번져··· 우리나라는?

인기영합주의를 기반으로 극단적 주장을 내세우는 극우나 극좌 정당들이 득세하고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인에 반발하는 것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한때 잠시 스쳐가는 돌풍으로 간주됐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선두 질주를 계속하는 것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독주가 예상됐던 민주당에서 미국 유일의 사회주의 의원이라 할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접전을 이어가는 것 모두 이러한 인기영합주의 발언과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에 힘입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돌풍이 대서양을 건너 독일로까지 확산됐다고 할까. 이는 독일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국은 이제 다음달 총선까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이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 모두 극심한 내분을 앓으면서도 국민들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감만 키우고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과 극단적 대립은 국가에 관계없이 지구촌 각국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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