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진의 민낯칼럼]

과거 미국 여군은 펜타곤(국방부) 규정에 따라 최전선 지상전투에는 직접 참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 여군은 수송, 헌병, 정보, 통신, 행정 등 병과에만 보직을 받을 뿐, 보병, 기갑, 포병 등 전투병과에는 배속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납득하기 어려운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진급에 영향이 있다면,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펜타곤은 2013년 1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군에 대한 전투병과 배치 금지규정을 폐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조치로 육군과 해병대의 보병, 포병, 기갑과 특수부대, 특수작전 등 남성만을 배치했던 군 보직 23만개가 2016년 6월까지 여군들에게 개방된다.

©픽사베이

미국은 2013년 여군 전투병과 배치 금지 규정 폐지…남성 위주의 편견 점차 깨져

미국 언론들은 여군의 수가 증가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획기적인 변화라며 남성 위주의 군 문화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14년 말 전체 미국 군인 중 여군 비율은 15%로 20만 명에 달했고 이 중 5000명은 해병대 소속이다.

미국 여군의 참전은 1983년 그라나다 침공 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침공 직후 도착한 여군헌병을 공수부대장이 바로 본국으로 송환시킴으로써 성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뉴욕타임즈와 CBS방송 공동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70%가 본인이 지망하고 남성처럼 육체적으로 강한 여자라면 군인이 되어 전투에 참가해도 좋다고 답했다.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때, 미 여군은 600명이 참전해 남자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임무를 수행했다. 이 중 29세의 헌병장교 린다 패리쉬 대위는 30여명의 소대원을 이끌고 50구경 경기관총으로 파나마 군과 격전 끝에 파나마군 수명을 사살하는 등 지휘관 본연의 임무를 해냈다. 이후에도 여군은 각종 전투에 참가하여 많은 전과를 올렸다.

과연 훈련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잘 견딘다고 해서 진짜 전장, 격전지에서도 잘 견디어 낼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보고서마다 다른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어떤 보고서에 의하면 여군 중 사병과 장교 모두 반반씩 의견이 나뉘어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인류학자는 남성들이 더 잘 싸우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일 뿐만 아니라 차라리 여성들이 옆에 없어야 더욱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자들만 다니던 버지니아군사학교(VMI, Virginia Military Institute)는 1990년 1월, 미국 법무부에서 소송 통보를 받았다. 이 학교는 규율이 엄한 간부사관학교라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데, 워싱턴DC 근처의 한 여학생이 입학을 허락하라고 법무부에 항의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VMI는 ROTC 장학금 등 주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여학생 입학에 차별을 두면 1964년 연방 민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워싱톤 포스트는 몇차례 사설을 통해 여성이 힘든 훈련을 하는 이 학교에 부적절하다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한 거부의 변명일 뿐’이라며 입학을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언론들은 마치 말세가 온 것처럼 개탄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섞여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픽사베이

웨스트포인트 입학 허가한 지는 38년… 지금까지 여성 장군 100여명 배출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Academy)에 여학생 입학을 허가한 지 38년이 흘렀다. 또한 지원병으로 이루어진 미국 군대에 여러 방법을 통해 입대한 여성이 늘어나면서 각종 문제점도 늘어나고 있다. 당시로부터 ‘진급을 위해 섹스를 이용’하는 예가 있다는 소문은 꾸준히 나돌았고, 스페인에 있는 한 해군기지에서는 수병 중 13%가 임신 중이라는 헛소문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1989년에는 공군 기지에서 여군들의 집단 섹스파티가 있었다는 보고서도 나와 펜타곤에서는 ‘여군문제진상조사특별위원회’까지 둘 정도였다.

웨스트포인트에 최초로 여성이 입학하고 12년 후인 1990년, 웨스트포인트 생도 총대장에 여생도 크리스틴 베이커가 뽑혔다. 그녀는 4400명 생도 중 학과 성적은 물론, 운동, 훈련, 교련 등 전 부문에 걸쳐 수석을 차지했다. 그때로부터 오늘날까지 여군은 여권 증진과 함께 눈부시게 발전하여 현재 여군 숫자는 20만명으로 전군의 15%를 차지하고 이제까지 100여명의 장성(퇴역 40여명 포함)을 배출했고, 2008년에는 여성 최초의 4성장군, 대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제251전술공수비행대대 이나겸 대위가 자신이 조종하는 대형 수송기 헤라클레스(C-130H)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방부

우리 여군 1만여명, 학군단도 증가… 보편 인권 토대로 여군 역할 논쟁 필요

우리나라 여군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총수는 1만여명에 달하고 장성도 3명을 배출했으며 전투병과의 장군도 있다. 각군 사관학교에서 여성 수석졸업생이 배출됐으며 사관학교나 하사관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각 대학의 학군단(ROTC)에 지원하는 여학생 숫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에 숙명여자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 각각 학군단이 설치되었고, 최근 이화여자대학교가 학군단 설치 허가를 받았다. 국방부는 당초 2020년까지 장교의 7%, 부사관의 5%로 높이기로 했던 여군 비율을 3년 앞당겨 내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다. 이처럼 여군의 역할과 기능이 날로 다양해지고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1년 전, 육사 축제기간 중 교수의 ‘지도 아래’ 낮술을 마시다가 4학년 생도가 만취한 2학년 여생도를 겁탈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단장이 집무실에서 여군을 성추행하여 군복을 벗었고, 육사 출신 여군대위가 영내에서 자살하고,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나 자살사고 직후 부대장이 예편된 사건 등이 잇달았다.

여군 관련 보도와 군대내 성 관련 군기문란 사고 보도를 보면서 단순히 ‘군대 내 성사건’이 아닌 더 근본적 접근으로 군대에서의 여성, 여군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 안에서 성차별을 완전히 없애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군대는 아직 남성들의 세계이고, ‘여자’를 지휘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남자 군인들의 고질병을 쉽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군을 바라보는 일반사회의 시선이 아직도 편견과 고정관념에 가득 차 있다. 여성의 보편적 인권에 근거하여 여군에 대한 역할 논쟁을 통하여 근본적인 치유와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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