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의 너영나영]

인공지능이 과연 인류에게 축복일까.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해 인간 대신 일을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인공지능 시대의 극심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지구 공동체를 파멸로 이끌지는 않을까.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이다.

알파 선생·의사·변호사가 현실화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픽사베이

알파 의사·변호사·기자 현실화… “강한 인공지능은 인류 파멸” 경고도 주목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4승1패로 이긴 후 “아직 인공지능 기술은 초기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는 알파고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이 곧 등장할 것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10년 후엔 알파 의사·변호사·교수가 나온다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은 강한 지능과 약한 지능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강한 인공지능은 자아와 독립성이 있고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이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인류를 위협하는 수퍼컴퓨터와 ‘터미네이터’ 등이 예다. 강한 인공지능과 인류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영국 옥스퍼드대 닉 보스트롬 교수의 연구는 항상 인류의 멸망으로 끝난다고 한다. 인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인공지능의 지적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경고도 새삼 주목을 끈다. 그들이 “인류는 100년 이내에 인공지능에 의해 끝날 것”이라거나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염려한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는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뇌과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강한 인공지능 개발은 핵무기 이상으로 절대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에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시에 따라 인간과 비슷하게 지적 노동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상황에 맞게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수’를 선보일 수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결하면서 보여 주었듯이, 경기 중 상대방을 분석해 대응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학습능력이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언론에서도 선을 보였다. 미국의 LA 타임스는 2014년 3월17일 LA에서 발생한 지진 속보를 ‘퀘이크봇’(Quakebot)으로 작성해 가장 빨리 전달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도는 스포츠, 날씨, 금융 같은 풍부하고 표준화된 자료가 있는 분야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입력된 자료 가운데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이벤트를 추출해 배열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15일 알파고와 제5국을 마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무대를 내려가고 있다. ©포커스뉴스

다보스 포럼, “인공지능 개발로 5년간 500만개 일자리 줄어들 것” 전망

강한 인공지능은 금지하고 약한 인공지능만 개발하면 사람이 살기 편한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약한 인공지능 역시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지난 1월 ‘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열린 다보스포럼을 돌아보게 한다.

다보스포럼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해 자동화가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 주요 15개국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사무·관리직과 제조, 예술, 미디어 분야 등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는 반면 컴퓨터, 수학, 건축 관련 일자리는 200만개만 창출돼 510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면 10년, 2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옥스퍼드대 연구팀도 인공지능시대에는 기존 직업 중 47%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1, 2차 산업혁명 때처럼 일자리가 사라져도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기계보다 우위에 있으면서 기계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인간은 사무와 관리를 맡는 식으로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왔지만, 학습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빨리 스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므로 새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많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대량 해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픽사베이

대량 해직은 인류에 재앙, 극심한 부의 편중으로 공동체 파괴도 우려

인공지능 시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걱정거리는 크게 세 가지인 것 같다. 그 중 어느 하나도 인류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첫째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함으로써 인간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직업을 갖고 노동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인간의 기본권이다. 노동은 가정을 유지하고 재산을 일구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인격적인 행위다. 일 없는 삶이 행복할 수 있는가. 일이 없으면 영혼이 피폐해진다. 자살률도 높아진다.

둘째,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에 거대 자본을 투자한 선진국과 자본가들, 그 구성원들에게만 부가 극심하게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극심한 불평등은 폭력을 부르고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다.

셋째, 약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할수록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유혹이 생길 것이다. 자아를 갖고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처리하는 강한 인공지능이 더 편할 뿐 아니라 더 큰 돈을 벌게 해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일자리 찾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기 전에 ‘인공지능 국제윤리위원회’ 등을 검토해야 한다. ©픽사베이

인공지능 선용을 위한 국제윤리위원회 설립 검토해야

요즘 지구촌에는 자연의 역습과 재앙이 크게 늘었다. 홍수, 해일, 가뭄, 강추위, 폭염이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 탓에 기후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난화 원인은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데에 별 이견이 없다. 편하게 살아보자고 개발한 인공지능 역시 역습과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은 미래의 성장 동력인 만큼 국가적 과제이고 집중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을 포괄하는 지능정보기술에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보고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사람 중심의 실용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해야 한다. 인공지능 개발을 민간 회사에만 맡겨 두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에 이세돌을 꺽은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와 페이스북에도 인공지능의 바른 사용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탐욕을 제어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인공지능 강대국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현재 지구 온난화를 규제하고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의 대표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여는 것처럼 인공지능 남용 방지와 선용을 위한 국제회의를 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편집인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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