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편집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20대 총선 승리와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월1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는 모습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날 토론회는 여느 토론회보다 많은 관훈클럽 회원과 기자들이 지켜봤다. 대표 자리를 넘겨받은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분당과 탈당으로 쓰러지다시피한 더민주당을 일으켜 세운 그의 ‘대장 체질’ 리더십과 더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토론회 화법은 거침이 없었다. 편치 않은 질문을 에두르지 않고 대부분 솔직하게 응답했다. 그것은 대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더민주당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와 경제 현실을 나름대로 꿰뚫고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듯 싶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4차례나 지낸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전문가로서뿐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비교적 적확한 조언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권력에 매몰되거나 일편단심이지 않았다.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의 손자로서 자긍심만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했음직하다.

김 대표는 총선을 새누리당 정권이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포용적 성장을 추진해 불평등·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론을 거론하며, 시장의 효율만으로 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는 데다 의회 민주주의가 로비 활동 탓에 시장을 보완할 수 없게 됐으므로 ‘포용적 경제(inclusive economy)’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총선 공약은 포용적 성장과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했다. 한국 사회의 화두를 적절하게 표현한 확장성 있는 브랜드네이밍이다. 1인 1표의 원리로 움직이는 민주주의를 더 강화해 1달러 1표의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을 견제하고 보완하고 키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자들이 촉각을 세웠던 답변은 거취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는 “킹메이커냐?···”라는 질문에 “저는 솔직히 당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들어간 다음에 원래의 나대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느냐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당이 보다 정상화할 수 있는 데까지 일을 해줘야 되느냐, 안 해줘야 되느냐는 제가 나중에 판단할 문제이고, 킹 메이커는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 이상 안 한다고 제가 결심을 한 상태…”라고 했다.

찬찬히 읽어보면 킹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신문은 ‘킹 메이커 안 한다… 킹 하겠다는 뜻?’ 이라고 제목을 붙여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그는 76세인 데다 대권 후보가 되기에는 여러 결격 사유가 있다. 그보다는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해 유력 후보의 ‘바지사장’이나 ‘얼굴마담’이 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킹 메이커나 참모가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킹을 선택해 대부가 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총선 후에 그는 ‘김종인 표’ 대선 후보와 수권 정당을 만들어 나가려 할 것이다. 더민주당의 19대 의석수인 107석 이상을 확보하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가 돼 대통령 후보 선출을 포함해 대선을 관리하고 지휘하는 ‘킹의 대부’가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 세력과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세력이 시대관과 지향점을 놓고 갈등을 빚을 것이다. 107석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적절한 구원투수’로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 대표의 마지막 정치 실험이 주목된다.

이 글은 관훈클럽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관훈통신에 게재한 것입니다. 

 황진선

 오피니언타임스 편집인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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