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범의 동서남북]

결사반대를 외치던 성주군이 제3의 장소를 대안으로 요청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성산포대 결정으로 평화롭던 군민의 일상은 피폐해 졌고 지역경제는 반 토막이 났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더는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종전의 ‘결사반대’에서 ‘제3의 장소 희망’으로 입장을 선회(旋回)하게 된 배경 설명이다.

경북 성주 사드 배치 제3지역 유력후보지 ©포커스뉴스

사드 문제, 제3의 장소에 배치하면 종결될까

그러면 사드 문제는 이제 종결된 것인가? 처음 목표지였던 성산포대에서 군내 다른 지역으로 바꾸기만 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금 제3 지역으로 지목된 곳은 인근 김천시와 가까운 곳으로 그곳 주민들의 반응도 초기 성주군이 보여준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 의원,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드 문제를 국회로 가져와 원점에서부터 논의하자는 것이다. 중대한 안보사안을 대통령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공론의 장을 펼쳐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 중론을 모아 공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의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 이들이 갖고 있는 입장은 여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분명한 이유와 명분이 있으며 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오른쪽),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23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단면부를 둘러보고 있다. ©포커스뉴스

안보와 사드 배치는 국방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외교 등을 포괄하는 문제

사드배치 발표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우선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생각을 들어보면 안보개념에 대한 인식부터가 다르다. 그는 안보를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국방, 심지어 통일까지도 포함되는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를 흔히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라는 식의 단순논리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옹색하고 편협된 시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군사는 국방의 일부이고 국방은 안보의 일부일 뿐, 군사와 국방은 안보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그런 군사 위주의 안보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부터 내려온 편협한 안보관을 지금도 탈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드찬성은 애국이요, 반대는 종북’이라는 편리한 이분법이 동원되기 일쑤다. 명동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비약이 어디 있고, 이런 협박이 어디 있는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를 단순한 무기체계 중 하나라고만 보면 안 된다. 그것은 이미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치·경제·외교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촉매재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안 전 대표는 19일 “사드로 인해 발생할 국가적인 손익을 (정부가) 꼼꼼히 따져 본 다음 배치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의 성능에 대해 논하는 것은 1차원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3일 중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부터). 사드 배치는 국방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등을 포괄하는 문제다. ©신화/포커스뉴스

중국에 ‘북핵 포기와 사드 배치 연계’ 논리 폈어야

그는 초기 사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어프로치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최대한 명분을 쌓아가면서 사드배치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중국에게 강력한 대북제제를 요구하고, 그 결과로써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등 비핵화 의지가 인정되면 사드를 들여오지 않겠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는 불가피 사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협상을 진행해 왔더라면 명분도 살리고 실익도 챙기는 윈-윈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중 갈등을 주제로 한 중앙선데이 주최 7인 특별좌담회(8.9)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조건부 사드배치를 주장해야 한다. 북핵이 폐기될 때까지만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한다면 그것은 곧 사드배치의 명분에도 충실하고, 사드의 타깃이 중국이 아니라는 것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의 사드배치를 통해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한국이 편입될 가능성이다. 중국은 현존하는 위협보다는 미래의 위협 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차원에서 한국을 거세게 밀어 붙이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미·중 미사일 전략게임에 북한 문제를 연계시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드배치 발표를 앞두고 관련국인 중국과 사전 교감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장수 주중 대사는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7.8) 한 달 후인 8월 8일에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우리 측 계획을 공식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하순 중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시진핑, 리커창 등 고위층과 만나서도 사드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윤 전 장관은 다소 평가를 달리 했다. 그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를 예로 들었다. “당시 중국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취했으며 한·중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것은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중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한반도 안정이 비핵화보다 우선한다’는 일관된 정책을 갖고 있다. 북한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기에 핵,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문제들로 북한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북한 핵개발에 있는데 중국이 그 원인 제거에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에 회의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포커스뉴스

북 제재로만 몰아가는 것은 자승자박, 다자 대립구도로 확대 우려

안철수 전 대표는 또 우리 정부가 북한을 국제적인 제제 국면으로만 몰고 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조치 이후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호소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우리가 대북제재를 풀어주고 싶어도 단독으로는 풀어줄 수 없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 돼 버렸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내 몸을 내가 묶어버리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우리 영토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동북아는 과거 냉전시대의 대립구도, 즉 한·미·일 대 북·중·러의 다자동맹 체제로 확대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우리는 앞으로 북·중·러에서 경제적인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대륙 횡단열차도 운행하고 값 싼 러시아산 원유도 지하 파이프 라인을 통해 공급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면 우리에게 어떤 국가이익이 돌아오는가?

우리는 미국과의 군사동맹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똑같이 소중하다. 그것이 우리의 지정학적인 운명이다. 미·중 가운데 어디를 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이는 마치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똑같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윤영관 전 장관은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른바 ‘미·중 택일 프레임’을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픽사베이

미·중 택일 프레임은 분명하게 거부해야

“우리는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데 이같은 현상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동남아 국가와 영국 등 유럽의 많은 국가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가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중에 대한 우리의 입장만 잘 정리하고 있으면 된다.

미국엔 우리를 중국 포위작전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타깃은 중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하고, 중국에 대해선 북한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을 흔들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확고하게 전달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이 사드배치 당론 때문이 아니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요즘 우리 당에 대한 여러 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13 총선 때 여론조사 기관들이 헛발질을 많이 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점을 실례로 들었다. 갤럽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편인데 조사결과 자신이 최근 두 달 연속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지만 주요 언론이 이를 다뤄주지 않아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하면 청중들은 100% 이해하더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중과 만나 직접 소통하는 방법이 진의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도 확실하게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오해는 대부분 매스컴에 의해 왜곡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 22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3주차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지지율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포커스뉴스

대면접촉 늘려가는 안 전 대표, 사드 문제 등에 다차원적 설명

그는 과거 ‘청춘콘서트’ 같은 대면(對面) 접촉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청중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법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청중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즉석에서 답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그는 요즘 주 2~3회 정도 청중과 직접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날에는 국민들이 ‘고달프다’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국민들에게 말로만 위로하려고 들면 더 분노한다고도 말했다. 그들에겐 말이 아닌 확실한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공동대표 자리를 내놓은 뒤 유투브 같은 동영상을 통한 대중접촉에 부쩍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청춘콘서트 때는 주 1회씩만 만났어도 상당히 지지층이 쌓이더라고 말했다. 지금은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하는 동영상 시대가 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드 문제에 대한 지식도 상당한 수준까지 정리돼 있었다. 찬반을 떠나 그의 논리는 단순 흑백논리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정리된 다차원적인 것이었다. 사드 문제로 국민을 좌·우로 편 가르고 분열시키는 또 다른 도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가 왜 사드배치 문제에 반대하는지 앞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김준범

 전 국방홍보원장

 전 중앙일보 통일외교팀장,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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