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원장님 말씀대로 이 섬 안에서는 모든 일이 입으로 말해지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에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게 오히려 상식이 되고 있는 편이구요.”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사, 51쪽

4·19세대 작가 이청준은 소설을 통해 ‘신뢰’의 문제에 대해서 논(論)하고 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배신에 대한 두려움은 소설을 읽는 내내 침을 삼키게 만든다. 본 소설은 주인공인 조백헌 대령이 지배 계층이 아닌 평범한 주민이 되어 섬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고요한 여운이 남는 해피엔딩(happy ending)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이 작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읽은 지 10년도 훌쩍 넘긴 소설인데 어느 날 문득 뇌리를 스쳤다. 동시에 가슴 아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실제 직면한 대혼란은 네버엔딩(never ending)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포커스뉴스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권력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 난 상태를 각자의 방식으로 묵도(默禱)하고 있다. 어떤 이는 시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어떤 이는 말없이 피켓을 들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누군가는 글로써 비상식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있으며, 곳곳에서 예술작품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합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다.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어째서 말과 행동을 달리했을까. 선거 때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는 온데간데없고, 그들만의 잔치만 남게 된 것일까.

지금 이 글에서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 또 다시 집어내고, 새로운 의혹을 들춰내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들은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묵과하고 있자는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매일 맞이하는 새로운 사실로 인해 충격에 빠져서 주변사람들과 감정 교류만 하지 말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행동하는 사람을 구경만 하다가는 우리는 영원히 구경꾼이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이제는 각자의 처소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구경’이 아닌 전국이 ‘행동’으로 뒤덮일 때 우리는 신뢰를 되찾고, 상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 4월 19일, 전국의 시민과 학생은 총궐기에 나섰고, 총칼로 탄압 받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옳다고 생각한 행동’은 혁명이 되어 이승만 하야를 쟁취하게 되었다. 당신은 내일 무엇을 하겠는가.

대한민국이 더 이상 누군가의 천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모두를 위한 천국이 되어야한다. 국민이 바로 국가다.[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심규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 박사과정

 청년창업가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컨설턴트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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