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진의 민낯칼럼]

미국의 최종 상소법원이자 연방헌법에 대해 최종 해석을 내리는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은 건국 후인 1787년 제정된 연방헌법에 따라 설립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역할을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우리나라 대법원의 역할을 미국 50개주에 있는 50개의 주 대법원과 비교하면 미국의 사법제도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미국 연방대법원 ©픽사베이

지난 2월 앤터니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하여 대법관 1석이 공석이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메릭 갈런드를 지명하려 했다. 그러나 상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은 대선 후 인준을 하겠다며 9개월째 버티고 있다. 현재 4:4로 보수와 진보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45대 미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에 의해 세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석을 지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고령인 75세의 앤서니 케네디, 78세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73세의 스티븐 브라이어도 트럼프의 임기 내에 물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 판사 9명의 임명에 미국 전체가 많은 논의를 거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고 연임하더라도 8년인 데 비해 이들은 종신직인 데다 미국인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141명의 대법원 판사가 임명됐고, 판결을 통해 이들의 사고가 전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민주주의의 최종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의 문제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렸던 것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대립이 발생할 때, 미국의 헌법조항과 정신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최종으로 따져보는 곳이 연방대법원이다.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판사 지명자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그의 개인 철학, 학력, 과거 배경, 생활의 행적에 이르기까지 일평생의 기록이 철저히 파헤쳐지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이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면 상원에서 인준 청문회가 열린다. 대법원 판사 한 사람을 임명하는데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청문회 논쟁을 하고 온 나라가 동원되는 것을 처음 봤을 때는 참으로 낯설기만 했던 적이 있었다.

일단 대법원 판사가 되면 정치권의 압력을 전혀 받지 않고 소신껏 판결을 한다. 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자신의 평생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 바보 같은 녀석 몇 명을 대법관으로 추천한 것”이라며 욕하기도 했다.

그가 임명한 판사들이 대법원에 들어간 뒤에는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의 정치철학과는 전혀 동떨어진 판결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전통이 쌓여야 계속되는 것이다. 한 개인이 대법관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출 과정에서 헌법 정신과 조항에 온 국민이 관심을 쏟는 것은 부러워할 만한 민주주의의 일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해 미 대선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면조사를 압박하는 검찰과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민심에도 여전히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을 파탄내고 모든 것을 다 털려 피의자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온 국민을 당황케 하고 대한민국에 망신과 모욕을 준 그의 범죄적 행위 이전에 애초에 공사 구분은커녕 아예 공사 개념 자체가 없고, 국무위원은 물론 모든 국민을 자신의 신하요, 수하로 믿고 있는 ‘여왕 폐하’ 멘탈 구조가 근원적인 문제다. 내 눈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의식구조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진박, 친박적 신하나 몸종들은 ‘친박이든 진박이든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계파를 만든 적이 없다. 단지, 자신의 뜻에 찬성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시무시한 그 말 속에는 그의 아버지의 그림자와 유신폭압이 어른거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라는 확신으로 대면조사를 압박하는 검찰과 ‘당장 하야하라’는 촛불의 함성에 맞서 “검찰조사는 못 받겠다. 하야도 못한다. 헌법적 절차를 밟아달라”며 ‘배째라’식 탄핵심판을 요구하는 박 대통령과 참모라는 자들의 무데뽀 심리가 궁금하다. 진박과 친박의 가미카제적 특공과 청와대 신하들의 옥쇄적 순장을 믿으며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반전의 계기라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이라도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또한 선거란 뽑은 다음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고 나서 뽑는 것일진대, 허상과 거짓부렁에 속아 무뇌적 여왕을 뽑아놓고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이 불쌍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박근혜,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야. 당장 내려와”라고 외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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