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솎아보기]특검 ‘블랙리스트’ 조사, “관련자 엄단해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부 지원에서 제외한 혐의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정치 권력이 침해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을 엄하게 단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2014년 6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드러났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명단에 이름이 오른 문화계 인사는 1만명에 이른다. 이 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한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관련자 증언과 자료를 종합하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한 두 사람이 이와 무관할 가능성은 낮다.

주요 신문들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았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수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철저히 수사하고 일벌백계하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김기춘ㆍ조윤선 소환으로 절정 이른 블랙리스트 수사

한국일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7일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조사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권한을 넘어 타인의 권익을 침해한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기둥은 아니지만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함께 국민 공분을 산 사건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이를 앞서서 지켜야 할 정치 권력이 침해했다는 점에서 문화계 인사들은 허탈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이 엄정한 수사로 문화예술인들의 울분을 하루빨리 풀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김기춘·조윤선 소환, ‘블랙리스트 몸통’ 찾기

한겨레는 “문체부 관계자들은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이 취임 뒤 정부 비판적인 인사들의 기금을 다 끊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나, 이미 관련자들도 여럿 구속됐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당시 정무수석으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두 사람은 국회 청문회에서 관여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관련 자료를 치우거나 컴퓨터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흔적도 있다. 앞으로도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으니 구속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블랙리스트는 있는데 작성 지시한 사람 없다니

세계일보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계 인사는 1만명에 이른다. 그런 광범위한 명단은 한두 부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 포착된다. 그런 마당에 ‘나는 모른다’고 발뺌한다면 어떤 국민이 믿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화융성은 박근혜정부가 국정기조로 내세운 핵심정책이다. 그런 정부에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탄압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이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유신정권에나 있을 법한 블랙리스트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게 하려면 특검이 진실을 가려 엄벌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신문 18일 사설>

▲ 경향신문 = '블랙리스트'로 꼬리 밟힌 김기춘ㆍ조윤선 엄벌해야 / 위기감 없는 황교안과 새누리의 당정협의 / 다보스포럼이 세계에 던진 화두 불평등

▲ 중앙일보 =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 정치 과잉 시대… 법원이라도 법치주의 / 롯데와 사드 부지 갈등 빨리 풀어야

▲ 동아일보 = ‘대한민국이 묻는다’ 펴낸 문재인에게 묻는다 / 롯데가 멈칫하는 사드 부지 문제, 황 권한대행이 직접 풀라 / 상품권 미끼로 파업 참여하라는 현대중 노조

▲ 국민일보 = 富의 불평등 해소 시급하다는 다보스 경고 경청해야 / 블랙리스트 주모자들, 엄하게 단죄하라 / 군 복무기간 단축은 불쑥 꺼낼 사안 아니다

▲ 서울신문 = 대선 검증대에 사실상 먼저 오른 문재인 / '블랙리스트' 피의자로 소환된 조윤선ㆍ김기춘 / 설 물가 급등, 가격담합ㆍ사재기 단속부터 하라

▲ 세계일보 = 다보스 경고장, 우리 사회는 어찌 받고 있나 / 블랙리스트는 있는데 작성 지시한 사람 없다니 / 기업 총수 사면 뒷거래는 헌정 농단이다

▲ 조선일보 = 편 가르기 말자는 文, 본인부터 실천하길 / 한국 정당名 중 最古는 3년 된 정의당이란 희극 / 대통령이 수석들 모아놓고 거짓말 모의했다니

▲ 한겨레 = '이재용 구하기' 위해 또 흘러간 노래 틀고 있나 / 외신기자가 폭로한 '반기문 친족 비리'의 심각성 / 김기춘ㆍ조윤선 소환, '블랙리스트 몸통' 찾기

▲ 한국일보 = 반기문 스스로 '정치교체'의 내용 채워야 / "대통령이 배후"라는 안종범의 헌재 증언에 주목한다 / 김기춘ㆍ조윤선 소환으로 절정 이른 블랙리스트 수사

▲ 매일경제 = 삼성 신뢰도 추락에 대한 외신의 우려 착잡하다 / 결국 '하드 브렉시트' 지구촌 고립주의 치닫나 / 美대사관 벽에 레이저빔, 그곳이 한국대사관이라면

▲ 한국경제 = 경제 외교 꽉 막혔는데…이재용ㆍ트럼프 회동까지 막히다니 / 세계성장률 전망치 다 오르는데, 한국만 내려간다 [오피니언타임스=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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