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칼럼]

원전 수명을 멋대로 연장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설계수명 30년이 다 돼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가동 연장을 결정한 일은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경북 경주시 주민 등 2167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겁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설계수명이 끝났으나 원안위가 ‘2022년까지 더 운전하겠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원자로 핵심인 380여개 압력관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한수원은 설비교체 전후의 비교표를 원안위에 내지 않았다”며 “원안위가 계속운전 허가사항의 세부 변동내역을 파악하지 못한 채 허가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물론 원안위는 “운영변경 허가에 문제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월성원전 1~4호기 ©포커스뉴스

SNS에선 원전수명을 멋대로 늘린 데 대해 비난의 소리가 높습니다.
“영화 판도라의 지옥이 현실에서 나타날 뻔 했네요~”(vero****)
“한수원 무서운 마피아집단이다.납품비리를 저지르더니~체르노빌이 될까 정말 두렵다”(kk69****)

판결이 나오자 대선주자들도 ‘탈(脫)원전’을 외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전 지역을 방문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취소하고 탈원전 사회로 가겠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원전을 제로(O)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안희정 충남지사도 원전 건설과 노후원전 재검토를 언급했습니다.

1996년 4월 26일.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가 비정상적인 핵반응을 일으켜 폭발합니다.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누출돼 3년간 72명이 사망합니다. 발전소 노동자와 주변 주민 등 수십만명이 방사능에 노출돼 암 발생과 기형아 출산이 속출하고 발전소 주변의 토양과 지하수도 심각하게 오염됩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지방 앞바다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합니다.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2만여명의 희생자가 났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제대로 된 안전평가없이 마구잡이로 수명을 늘려 사용하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원전 마피아들의 납품비리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드러난 ‘엉터리 수명연장’.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북핵만 위험한 게 아닙니다. 원전 노후화에 엉터리 부품, 부실한 안전평가까지 겹치면 원전재앙을 담은 영화 ‘판도라’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월성 원전주변은 그렇지 않아도 지층대가 불안정해 지진이 잦은 곳입니다.

원전은 다루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전산업의 축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오르나 국토와 기술적인 한계로 원전과 화전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아산만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후보지조차 저항이 거셉니다. 경제, 국토, 환경과 안전, 기술적 문제를 고려해 최적의 전력수급안을 마련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대안이라도 안전을 비켜갈 수는 없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재앙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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