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인터뷰]

의정부 경전철이 개통 4년만에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1조원이 투입된 용인 경전철은 누적적자가 수천억원이고, 한해 적자만 5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용인시를 상대로 한 1조원대의 주민소송 등 마찰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 개통 예정인 위례신사선은 대표주관사인 삼성물산이 사업철수를 밝혔습니다.

수도권 경전철과 관련해 사업철수와 파산신청, 적자누적 등 온통 잿빛소식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2006년 모노레일 사업을 전격 백지화했던 ‘강남구의 선택’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백지화를 결정한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을 오피니언타임스이 만났습니다.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뉴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얼마전 의정부 경전철이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용인 경전철을 비롯, 수도권의 경전철 사업들도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일수록 수요가 충분한 지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구청장에 취임할 당시 모노레일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됐었습니까?

사업 추진계획이 거의 마무리 단계였습니다. 구청장 취임 전에도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 사업을 설명하며 꼭 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당시 보도를 보면 강남 모노레일 사업이 어느 정도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제가 아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강남 모노레일은 사업의 타당성이 떨어져 한차례 보류판정이 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재추진됐던 게 아닌가 합니다.

취임 전후해서 보니 주요 신문들이 강남구가 모노레일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크게 실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파악해보니 경제성에 의문이 가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직권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던 겁니다.

백지화 이유로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사업과 관련해서 세가지 판단기준을 정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모노레일 말고 다른 대안이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검토 결과를 보니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했습니다. 이 경우 건설 후에 적자가 나면 강남구가 보전해줘야 합니다. 결국 업자에게는 손해가 가지 않고 부담은 고스란히 강남구민이 지게 되는 것입니다. 두고 두고 골치덩어리가 될 게 뻔했습니다.

여기에 모노레일은 고가도로 같은 것인데, 기존의 고가도 철거하는 마당에 도심에 새로운 고가도로를 세우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기둥사이에 나무를 심어 가리게 되면 도시 미관이 갑갑해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강남 내부의 교통정체구역에 모노레일을 건설하지 않고 같은 노선을 따라 버스전용차선을 설치키로 했습니다.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교통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적자보전 문제도, 도시미관을 해치는 일도 없을테니까요. 모노레일 구간이던 코엑스 앞길이나 도산대로는 버스전용차선을 만들어도 될 만큼 충분히 넓은 도로거든요.

그렇다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모노레일이 왜 추진됐다고 보십니까?

전임자 시절에 성안된 사항이라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요.

백지화시킨 뒤 모노레일을 찬성했던 쪽의 반발은 없었습니까?

여론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노선에서 떨어져 사는 주민들은 반대하지 않고, 가까이 사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백지화 발표 후 주민 반발은 없었습니다.

모노레일 사업은 강남구와 말레이시아 기업이 공동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 기술은 어느 정도로 평가됐습니까?

당시 샹하이만해도 자기부상 열차가 시내에서 푸동공항까지 개통됐습니다. 중국조차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하는 마당에 왜 우리가 구식 말레이시아 모노레일 기술을 들여와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구청장을 그만두고 2012년에 개인적으로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강남구가 도입하려던 모노레일을 타봤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모노레일을 들여오려 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소음도 심했고 모노레일 폭도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지상의 역사규모도 컸고… 백지화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계속했다면 아마도 강남의 골치아픈 애물단지가 됐을 겁니다.

말레이시아 회사가 사전에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백지화할 경우 국제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벌써 10년이 지났지 않습니까. 백지화한 이후 소송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정부나 용인 경전철은 파산을 신청하거나 적자가 누적되는 등 위험신호가 켜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지자체장들이 재임 중 눈에 띄는 업적을 하나 남겨놓겠다는 생각에서, 또는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너무 쉽게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자는 적자보전을 받으니까 문제될 게 없지요.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요예측인 데, 문제는 지자체장 역점사업이라고 하면 밑에서 뻥튀기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은 이용객이 수요예측치의 30%~14%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적자가 안 나려면 요금을 그만큼 올려야하는 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요? 적자를 커버할 만큼 요금을 올리면 누가 타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지자체가 밀어붙이면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사업결과가 잘됐냐, 잘못됐냐는 나중에 밝혀지는 것이어서 답답한 노릇이지요.

그러니까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장밋빛 공약에 현혹돼서는 절대 안 됩니다. 눈을 부릅뜨고 공약의 타당성을 여러모로 짚어 봐야 합니다. 잘되면 지자체장이 잘한 것이고, 잘못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될 뿐입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일수록 검토단계부터 면밀하게 사업성 검증이 이뤄져야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편집인]

©픽사베이

강남 모노레일 사업

강남 모노레일은 ‘교통수단의 획기적 전기’라는 명분이 붙어 추진됐던 사업이다. 지상 5.5m의 높이에서 양방향 단일궤도를 따라 상습 교통정체 구간인 강남구 내부를 순환운행토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계획상 2000억원을 들여 총 14.5km를 두번에 나눠 건설하되 2009년에 1단계로 학여울역과 경기고,신사역을 잇는 6.7km 구간을 개통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 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장 예산총괄심의관 정책조정국장 / 국무조정실 경제행정조정관/ 조달청 차장 / 한국증권금융 사장 / 서울시 강남구청장(200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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