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칼럼]

‘국민연금을 만 67세나 돼서 받으라구?’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용하 선임 연구위원)이 내놓은 보고서가 SNS를 달구고 있습니다.

“대부분 선진국이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 수급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고 일부는 70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도 67세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된 보고서 내용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의 상한은 ‘60세 미만’. 하지만 은퇴 후에 연금받는 나이는 2017년 현재 만 61세이며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순차적으로 만 65세까지 늦춰집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2년 더 늦게 받는 게 어떠냐?’는 겁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연구자 개인의견’이라고 진화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픽사베이

“근로자 정년부터 조정하지? 일반 근로자들은 67세까지 손가락 빨고 기다려야 하나? 어떻게 된 게 수익은 발전이 없고 갈수록 납부의무만 더 커지나?”(한**)
“아예 100살 때부터 준다고 해라~”(제**)
“쥐꼬리민큼 주는 국민연금 가지고 뭔 짓들 하는 건지? 그나마 줄 돈 떨어지면, 먹고 살 만큼 주는 다른 연금과 같이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당연할 터…(바***)
“출생아와 사망자수가 같아지는 2030년쯤 되면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은 기하급수가 될텐데… 먼저 받는 놈이 장땡인 게 연금이다”(바***)
“선진국만큼 복지혜택주고 이야기해라~ 꼭 OECD 선진국이 어쩌고 비교하며 개악안 내놓더라~ 선진국과 우리가 비교가 되나?”(현***)
“삼성에서 손해 본 내 국민연금...이런 식이구나...”(후**)
“선량한 국민들 노후자금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공무원연금이나 손보지요.공무원 연금은 납입기일만 채우면 죽을 때까지 주는데…(일***)
“납골당에 가보면 60~70세가 가장 많음. 국민연금 만 67세부터 받으면 거의 69세부터 받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몇 년 안주겠다는 말이나 똑같은 거다… 만 65세에 받는 것도 너무 늦는 것이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 엄청 많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정말…(리****)

연금을 미리 타는 조기노령연금이란 게 있습니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입니다. 따라서 5년 일찍 받으면 연금 30%가 줄어듭니다.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2010년 21만명에서 지난해 50만명을 넘었습니다. 경기악화에다 실직과 명퇴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생활고를 덜려고 조기 수령한 탓입니다. 연금 개시연령이 늦춰지고 연금 고갈시기가 앞당겨질까 불안해 신청한 이들도 있습니다.

지금도 사정이 이러한 데 수급 개시연령을 늦추면 조기노령연금 신청 또한 급증할 겁니다.

국민연금은 나이가 젊을수록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구조로 짜여져 있습니다. 보고서대로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면 은퇴 후 연금혜택을 받지 못하는 공백기간이 5~7년 더 길어집니다.

67세로 늦추자는 게 연금재정 고갈때문이란 것, 눈치빠른 이들은 알아차립니다.

작년 12월21일 박영수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운용인력의 이탈도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서 보듯 연금공단은 삼성물산 합병에 손들어주면서 손실까지 떠앉았습니다. “기금을 제대로 운용해 고갈시기를 늦춰도 시원치 않을 판에~”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수익률이 1.6%에 그쳤다는 보도는 기금운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은퇴하고 기댈 곳은 그나마 국민연금뿐입니다.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해소와 기금운영 내실화가 선결과제입니다. 그런 노력없이 수급자에게 손벌리려는 건 연금고갈 책임을 가입자에게 돌리는 처사일뿐입니다.

연금공단은 연구원 개인차원의 의견이라고 해명하지만, 곧이 믿을 사람 몇 안됩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부설 연구기관이고, 이 연구원의 보고서로 연구원 정기간행물(월간 연금이슈 & 동향분석/37호)에 실렸다는 점에서 공단해명은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안들립니다.

“개인의견을 왜 정부산하기관의 녹을 줘가며 연구하게 하고, 공식 간행물에 게재까지 했느냐?”고 하면 뭐라고 할 겁니까?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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