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올해  다보스 포럼은 경제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앞으로 10년간 세계경제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세계 슈퍼리치 8명의 재산(금융자산 503조원)이 소득하위 기준으로 세계인구 절반인 36억명과 맞먹는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고용기회가 줄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불안마저 가중돼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포용적 성장을 논의한 배경입니다.

2월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가계동향’.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5년 대비 5.6% 감소한 반면, 소득 5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2.1% 증가해 소득의 빈부 격차가 한층 심화됐다. ©포커스뉴스

심화돼가는 양극화

한국노동연구원 조사결과 국내 소득상위 10%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치(48.5%)까지 치솟았습니다. 1965년 19.8%에서 지속 상승세입니다. 미국(50%)과 엇비슷하고 일본(42%) 영국(39.1%) 스웨덴(30.7%) 프랑스(30.5%)보다 심합니다.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금수저 세뱃돈통장(7세 미만 어린이통장 중 잔액 1억원 이상)만 무려 2773개나 됩니다. 지니계수 등 각종 소득불평등 지표 역시 우리사회에 경고음을 보낸지 오래입니다.

건강보험료 하나만 봐도 확연합니다.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은 2015년 퇴직하며 “연금소득 2046만원과 부동산이 있지만 아내의 피부양자로 돼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안내게 된다”고 스스로 공개했습니다. 반면 2014년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모녀는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실질소득이 0원이었음에도 월 5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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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하는 정책들

20년 가깝게 건보료 개편여론이 비등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만 져왔습니다.

건보민원이 한해 6000만건에 이른다는 사실은 건보정책이 갈등해소보다 갈등확대에 기여해왔음을 잘 보여줍니다. 새롭게 선보인 개편안도 제대로 실행될 지 불투명합니다. 거액 예금자산이 있는 이에겐 유리하고, 대출 낀 아파트라도 한채 가진 이들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한데다 연금생활자들의 반발마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배당소득증대 세제란 게 있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겨냥해 도입된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중 하나로 2015년 시행됐습니다.

고배당주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내리고 대주주와 같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25% 분리과세를 택할 수 있게 한 제도죠. 그런데 분석결과(김종민 의원) 이 제도로 부유층이 773억원에서 최대 904억원의 감세혜택을 봤습니다. 배당금 100억원이 넘는 13명의 경우 한사람당 21억원, 배당금 10억~100억원인 경우 한사람당 3억원 가량 혜택을 봤습니다. 이 역시 경기부양은 고사하고 빈부격차만 더 벌려놓은 ‘역주행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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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30대 기업의 사내유보액만 478조원(2015년)에 이릅니다. 한국은 이제 성장소득이 자산소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신자본론의 가설이 명증되는 현장이 됐습니다. 불평등과 양극화 요인이 부엽토처럼 쌓여있습니다.양극화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수없는 과제입니다.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제와 같은 정책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치공학에 근거한 포퓰리즘성이 짙거나 정책으로 연결짓겠다는 의지는 옅어 보입니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 기조강화가 여전히 유효한 정책방향입니다. 상위 소득집단의 비과세 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을 현실화하고 법인세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이자 배당 임대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및 상속 증여세 강화, 간접세 비중의 축소, 편법승계를 막기 위한 지분분할 금지 등 세부 정책들이 속히 추진돼야 합니다.

갈등치유도 과제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상대적 박탈감은 빈부갈등을 증폭시킵니다. 배아픔을 달래 줄 사회전반의 노력과 가진 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미국의 부자들은 세금 좀 더 내게 해달라고 청원합니다. 고려대는 지난해 국내 대학에선 처음 성적장학금을 없앴습니다. 대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생활장학금을 늘렸습니다.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던 학생들이 공부시간을 갖게 돼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경제약자에 한발 다가서고 보듬는 사회 분위기가 정책 못지않게 중요함을 시사해줍니다.

최순실사태에서 보듯 권력에 기대어 편법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구습이 우리사회에 여전합니다. 알바비 갈취나 기사폭행, 폭력과 같은 대기업과 재벌 2~3세의 일탈, 천민적 갑질행위가 고쳐지지 않은 한 갈등해소는 요원한 일입니다. 공정경쟁이 이뤄지는 사회,더불어 사는 사회가 당겨지도록 당국의 엄정한 감시 또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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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산업혁명으로 흡수해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포용적 성장으로 가는 4차 혁명은 광범위한 협업과 수평적 시스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교육과 노동의 개혁을 요구합니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저서(4차 산업혁명/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과거 거버넌스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돼 패러다임의 근본수술이 필요하다”며 강한 의지와 실행력을 가진 추진체로서 ‘미래기획원’의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새겨볼만한 제언입니다.

금수저 흙수저로 갈라지는 엄혹한 현실, 청년 취업난, 민생고에 지친 촛불이 광장에서 헬조선을 외치고 있습니다.

분노의 노도를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흡수해야 할 당위들입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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