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칼럼]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대한민국의 대표 토종개입니다.

충성심과 귀소본능, 수렵본능이 매우 뛰어나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명품견이죠. 대전에서 전남 진도까지 집 찾아 300㎞를 달려갔다는 실화 ‘돌아온 백구이야기’로도 유명한 우리의 진돗개!

진도군 전역이 법에 의해 진돗개 보호지구로 지정될 정도입니다. 반출입 또한 엄격 통제되고 있죠. 표준체형 심사를 통과해야 진돗개 등록증이 교부되고 등록내용이 전자칩으로 개 목덜미에 삽입된다고 하니… 명품인증 역시 까다롭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명품 진돗개 9마리가 졸지에 유기견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청와대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파면 이후 사저로 이사하면서 기르던 진돗개 ‘새롬이 가족’을 놔두고 간 탓입니다. ‘새로운 희망’이란 뜻이 담긴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청와대로 들어갈 때 주민들이 선물한 녀석들입니다. 최순실씨가 작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새롬이, 희망이는 어지러운 정국에서도 지난 1월 새끼 7마리를 낳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새롬이 가족’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전하기도 했죠. “강아지들은 아직 눈을 제대로 못뜨고 어미 품에만 있지만 아주 건강하다” “늘 반겨주던 희망이와 새롬이와 같이 잘 자라주길 바란다” “여러분이 우리의 진돗개 새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면 더욱 의미있고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라며 애정을 표시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한 국가의 원수였던 분께서 직접 입양하고 번식시켰던 진돗개를 책임지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유기나 다름없다”며 “진돗개들이 무분별하게 입양가서 불행한 삶을 살거나 지자체 보호소로 가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삼성동 사저의 크기는 대지면적 484㎡, 건물면적 317.35㎡라고 하는데, 진돗개 몇 마리조차 기를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책임질 수 없는 마리 수까지 불린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소유하던 진돗개를 삼성동 자택으로 이주하며 유기했다. 이는 동물보호법 8조4항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며 박 전 대통령을 동물유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진돗개 사랑도 가짜였다” “개보다 못한~” “진돗개 이름공모도 쇼였군요” 등등 SNS댓글도 비난일색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8월 당시 새롬이와 희망이가 낳은 강아지 5마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강아지 이름은 시민 공모를 받아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로 지어졌으며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청와대

박지원(국민의당) 의원은 “개보다 못한 사람이란 말은 1) 개의 주인 모시는 의리를 두고 하는 좋은 의미의 발언이거나 2) 사람 노릇 못하는 사람을 빗대서 개에 비유하는 말입니다. 제 고향 진도는 사람보다 개가 유명합니다. 그렇게 개를 똑똑하게 길렀다면 진도사람은 얼마나 똑똑하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9마리를 그대로 두고 사람만 사저로 갔네요. 상기한 1), 2)항 어디에 해당할까를 생각하는 아침입니다”라고 트위터에 띄우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개를 키우다가 재산몰수 당시 개도 재산으로 취급당해 압수당했습니다. 다행히 낙찰받은 이가 전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 줬습니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함께 하던 반려견 ‘청돌이’를 데려갔습니다. 사례는 다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 개를 들인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한쌍이었죠. 5개월간 같이 지내다가 서울대공원으로 보내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청와대에 있든, 나가든 반려동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새롬이 가족과 대비됩니다.

유기되지 않고 혈통보전하면서 잘 지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국격과 품위의 문제입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