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칼럼]

대우조선 추가 지원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안보입니다. ‘자력으로 못 살거면 아예 문닫으라’는 여론이 높습니다. 산업정책없는 일방적인 금융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정부는 최근 대우조선에 총 6조7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습니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더 이상 지원은 없다’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 겁니다. 추가지원액은 신규 2조9000억원, 출자전환 3조8000억원. 이로써 1년5개월여만에 10조9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대우조선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출자전환분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니 신규지원이나 다름없고 대우조선이 살아나지 않으면 주주입장에선 휴지일뿐입니다. 물론 대우조선으로선 부채가 그만큼 줄게 됐습니다.

23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포커스뉴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과 과당경쟁으로 조선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이은 천문학적 금융지원, 그것도 주로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을 통한 혈세(血稅)지원이 이뤄진데 대해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지난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대우조선 지원, 어떻게 봐야 하나)에서도 대우조선의 자력갱생과 빅2 체제로의 재편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자력으로 살아나는 것이 원칙이다. 세계해상물동량 위축, 석유가격 하락, 분식회계와 공기업적 성격이 합쳐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면 STX조선-한진해운처럼 문닫아야 한다. 대우조선의 좀비상태가 지속되면 저가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경우 정상적인 경쟁업체들의 도산 위험성까지 높아진다. 파산비용 59조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우조선 용역으로 나온 59조원 파산비용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지원으로 영업을 계속할 경우 향후 더 큰 파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주인없는 회사가 문제다.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 이후 너무 오랜기간 주인없는 회사로 남아 있다. 관료의 무사안일과 낙하산 자리 지키기로 ‘폭탄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파산시 손실은 과다 추정된다. 금융위(59조원)-산자부(17조원)간 차이가 있다. 금융논리만 앞세운 금융위의 구조조정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금융위-산업위에서 내려오는 낙하산에 대한 인적 청산이 중요하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지난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대우조선 지원, 어떻게 봐야 하나’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홈페이지

추가지원의 근거가 된 ‘대우조선 도산시 손실액’을 두고도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이 다릅니다. 금융위는 59조원으로 추산한 반면 산업부는 17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114척에 대한 가치평가 차이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이 파산하면 지금까지 들어간 원가 32조원이 모두 손실로 연결된다고 봤습니다. 반면 산자부는 발주가 취소돼도 추가비용을 들여 만들어 팔면 투입비용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로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일부 발주 취소가 있었지만 법원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건조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수주 잔량 56척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14척을 제외하곤 예정대로 배를 건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누가 봐도 산자부 견해가 좀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정치권도 “59조원은 공포마케팅”이라며 산업부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십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우조선 사태에 조선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없이 일방적 지원만 발표했다면 이는 개발독재 관치금융 시대에나 있을법한, 심각한 정책해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새 정부가 이 문제를 밀도있게 검토해서 결정해도 될 일을 금융당국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4일 대우조선해양 다동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과 관련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밑빠진 독에 국민혈세 퍼붓는 게 구조조정인가? 부실경영을 분식회계로 눈가림해놓고 그 부실을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게 구조조정인가? 그렇게 해서 살아나기는 하나?”(jhli****)
“한진해운은 죽여놓고 더 심각한 대우조선은 살리겠다고 붙들고 있나.대선 마치고 이것도 한번 캐보자.”(hear****)
“한진해운 도산 피해액은 크게 줄이고 대우조선 도산 피해액은 크게 늘리는구나. 전문가들 의견과 반대로...)(suka****)
“국민 대토론을 하자~ 우리들에겐 대출규제하고, 죽어가는 놈은 대출 못해줘서 안달이고…”(ktw3****)
SNS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년 5개월간 지원된 10조9000억원은 국민 한사람당 20만원씩 줄 수 있는 돈입니다. ‘원칙없는 금융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여론이 높고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지원하는 모양새에 의혹의 시선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들어 청문회 1호감입니다.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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