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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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벤처기업에 몸 담은지 3년이 되어간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올 때의 의기양양함이 서서히 겸손함으로 변해가는 것을 멍하니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유없이 나를 나무랐던 대머리 부장님이 그립기만 하다.

과거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맡겨진 일을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기계적 삶이 오히려 더 자유로웠던 것은 아닐까. 벤처의 옷을 입고 무슨 일부터 할지 아무 것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밤낮 답도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능력을 갈구하다 어느덧 혼돈의 섬에 갇혀버렸다. 출퇴근의 경계가 없어지고,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통합’되어버린 비정상적 혼연일체(渾然一體)의 인생. 회사를 이곳저곳 전전하느라 이제는 돌아갈 다리마저 불타버렸기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 과거에는 내 옆에 ‘동료’가 있었다면 지금은 ‘동지’가 있다. 동료는 헤어질 수 있지만 한번 동지는 영원한 공동체가 된다. 벤처기업의 힘. 그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동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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