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으로 보는 금융경제]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 흔히 말하는 좋은 구경거리 세 가지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 입장에선 실로 끔찍한 일이다. 결코 구경거리가 될 순 없다. 조직폭력배들의 영역 다툼은 피를 보며 공권력의 개입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흉기를 동원해 싸우다 보니 사망자가 발생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말 전주에서 42명의 조직 폭력배가 장례식장 주차장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를 들고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8명이 부상을 입은 이 사건 당사자들이 뒤늦게 잡혔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조폭 간 패싸움은 가장 원초적인 알력 해결 수단이다. 그러나 집단 알력 싸움은 조폭만 벌이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엔 오히려 많이 배우고 먹고 살만한 집단들의 알력이 휴화산처럼 곳곳에 잠재한다. 이들의 싸움은 계기만 생기면 터진다. 알고 보면 모두 돈이나 권력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인데 한결같이 내세우는 명분은 ‘국민을 위해서’이다.

©픽사베이

지난 3월 7일자 신문엔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또 다시 논리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기사화됐다. 검찰총장이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서 한 발언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은 “검찰은 경찰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시민혁명의 산물로 탄생한 인권옹호기관”이라며 “검찰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도록 분리하는 게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맞받아쳤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대선의 단골 이슈로 이번이 4번째 싸움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매듭을 지어주지 않는 한 검경수사권 조정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의사와 약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본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의학과 약학계의 전문화를 꾀하고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1999년 약사법개정안을 놓고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들어가 동네 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밥그릇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을 볼모로 잡았던 것이다.

1993년 한의사회와 약사회가 충돌한 ‘한약조제권분쟁’도 명분은 국민건강이었지만 실은 밥그릇싸움이었음을 국민들은 안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걸로 치면 운동경기만한 게 없다. 그러나 스포츠에서는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지킨다. 농구의 자유투는 대표적이다. 링에 가까워야 리바운드에 좋다는 걸 다 아니 일반슛의 경우 링 근처 자리를 다투는 선수들의 몸싸움이 거칠어진다. 결국 자유투의 경우엔 수비쪽이 링에 가깝게 서고 공격쪽은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도록 돼 있다.

전문집단 간 밥그릇 싸움에 일반국민의 등이 터지는 걸 단지 그들 탓만으로만 돌릴 순 없다. ‘나와는 직접 상관 없다’ 혹은 ‘전문적인 내용이라 잘 모르겠다’며 팔짱 끼고 있다 보면 어느 새 그들의 볼모가 되거나 양쪽 이익을 위한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나라를 바꾸는 건 특정인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바른 판단과 적극적 참여다. 구경꾼에게 남는 건 떡이 아니라 비웃음과 허탈함 뿐이다.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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