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비례 국회의원 경선후보자가 되었다. 운 좋게 후보자가 된 후 가장 많이 했던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지금은 TV에서 만나야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을, 당시에는 국회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때로는 그들과 토론하는 자리도 주어졌다.
그때 만난 정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문재인이었다. 말을 썩 잘하진 못하지만 온화한 미소 속에 진정성을 볼 수 있었고, 매 순간 자기주장을 펼치는데 주력하기보다는 타인의 말에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운명(가교출판, 2011)이라는 저서에 사인까지 포함된 책 선물을 받았기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겠지만, 문재인은 경청과 소통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대통령 후보자가 된 문재인을 만났다. 조그마한 포장마차였고, 테이블에는 소주 한 병이 놓여있었다. 나는 대선후보자 토론회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고, 문 후보자는 공감의 눈빛과 함께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상한 점은 술잔이었다. 내 앞에 놓인 술잔은 일반적인 소주 컵이었는데 문 후보자 앞에 놓인 소주잔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도무지 술을 따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 혼자서 신나게 술을 마셔가며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자세는 흐트러졌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그랬다. 나는 꿈에서 문재인 후보자를 만난 것이었다. 지금은 무당파 유권자로서 뉴스와 TV를 찾아보며 정치에 참여하고 있기에 특정 후보가 꿈속에 나온 것은 의아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10년간 불통 전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국민들은 허공에 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편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가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이며, 국민들은 대화가 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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