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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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 전날, 아이와 아파트 놀이터에 갔다가 우연히 동네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들었다. 어린이 날 선물에 대한 얘기였는데, 아이들은 이번에 받을 선물이 무엇인지 보다 얼마짜리인지를 먼저 얘기하고 있었다. 어떤 선물인지 보다 선물의 가격이 중요해진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는 듯 해맑게 괴성(?)을 지르며 놀이터를 누비는 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좀 씁쓸해졌다.

‘휴거’라는 말이 있다.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인데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같은 반 친구들을 놀리며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부산의 어느 지역에서도 근처 아파트 단지의 학부모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과 자신의 자녀들을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의 언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들이 아이의 새로운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다 어디에 사는지, 집 평수는 얼마인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아이는 자신보다 형편이 안 좋은 친구를 ‘거지’라고 놀리는 아이로 자란다.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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