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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이 되려면[이대현의 문화로 만나는 세상]
이대현 | 승인 2017.05.19 10:37

어느 후보도 ‘문화’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4년 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TV토론에서조차 단 한 번도 문화에 대해 듣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취임사에서도, 불과 열흘 만에 파격의 민생현장행보와 신선한 충격의 인사로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지만, 아직 ‘문화’는 없다.

그렇다고 새 정부의 문화 목표와 정책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있다. 대선공약집에. 10여 쪽으로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그것도 압축적이면서도 명료하게.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이다.

문화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숨이 멈추거나, 숨을 막은 문화는 문화가 아니다. 죽은 시체에 불과하다. 문화는 사람들과 함게 힘차게 숨 쉬면서 시대와 지역, 인종과 종교에 따라 서로 다르게 공존하면서 경쟁하고 진화한다. 그것이 문화의 창조이고, 생명력이다. 어쩌면 문화야말로 운명적으로 자유롭고 진보적이고 공동체적인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것을 위해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까지 삼았다. 그러나 문화는 우리를 전혀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부끄러움과 불행으로 내몰았다.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문화를 부정부패와 탐욕의 사기극에 이용하고, 개인의 천박한 취미를 문화로 착각한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들만 잠시 행복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회별신굿탈놀이 중 파계승마당. ©문화재청

문화는 ‘사람’이다

문화목표와 정책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말만 다를 뿐, 지난 20년 동안 역대 정부가 내세운 문화정책이 비슷비슷한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어느 정부나 어떤 문화여야 하고,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해 예술인의 문화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고, 생활문화시대를 열고, 공정한 문화산업생태계를 만들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이겨간 문화격차를 해소하여 문화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느 정부보다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로 뒤틀리고 무너진 문화를 바로 잡고 다시 끌어 올려 자부심을 높이고,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드러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의지와 정책만으로 문화가 숨을 쉬지는 않는다. 문화에 숨결을 불어넣고, 살찌우는 것은 사람이다. 만드는 사람이 힘들고 아프면 문화도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처럼 만드는 사람을 편 가르고, 간섭하고, 차별해 함께 숨 쉬지 못하게 한다면 문화 역시 자유로움과 독창성, 다양성과 공존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다.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어울리고 화합해야 문화다. 좋은 문화는 이념을 뛰어넘어 모두를 감동시킨다. 정신적 양식이 되고, 공동체적 삶속으로 들어오고,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전통은 혁신을 존중하고, 혁신은 전통을 소중할 때 문화는 풍성해진다. 미래로 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정신적, 경제적 풍요로움까지 가져다준다.

©픽사베이

삶이 팍팍할수록 ‘모두에게 문화를’

누구도 이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깨뜨려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한 짓을 보라. 문화가 무엇인지도 문화의 숨결조차도 못 느끼는 문외한, 경험과 전문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가지지 못한 인간들을 자기 식구라는 이유 하나로 자리에 앉혔다. 그것도 모자라 편 가르기로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손발을 묶었으니 어디서 문화 나오고 숨 쉴 수 있었겠는가.

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바로 잡는 일이야말로 문화의 적폐청산이다. 이번에는 내가 ‘나의 편’이란 이유만으로 그런 사람을 대신 앉히지 않는 것 또한 적폐 청산이다. 문화는 정치가 아니다. 승리자의 전리품도 아니다. 우리의 삶이자 정신이고, 자랑이며, 양식이고, 미래이다.

연일 힘들고 어려운 곳을 찾아 숨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물론 경제 살리기, 일자리 늘리기, 재벌과 검찰개혁, 안보와 외교도 급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짓밟히고 무너진 문화의 회복도 중요하다. 가짜가 아닌 ‘진짜’ 문화와 사람을 고민해야 한다.

삶이 팍팍할수록 국민들은 문화를 잊고 지내거나 가까이 못한다. 그런 때일수록 정부가 앞장서 프랑스처럼 ‘모두에게 문화를’ 만들고 배우고 즐기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사회도, 국가도 건강하고 따듯해진다.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논객닷컴=이대현]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전 한국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저서 <소설 속 영화, 영화 속 소설>,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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