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대통령의 출발과 함께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진정되는 모습이다. 대통령 취임 3주가 지난 현재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80%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건 역시 북핵문제, 그리고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개선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새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선제 타격론’까지 거론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미국의 선제타격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이다.

선제타격은 한반도의 괴멸적 재앙을 초래하는 만큼 미국의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는 많은 어려움과 위험한 고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플리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방어용 무기’이다.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의 이행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구조치’라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무방비한 상태에서는 자국 젊은이들을 절대로 한국에 주둔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사드배치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문제이지, 상대국과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 마당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 국내에서 풀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국회비준이 필요하다면 비준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상대국을 압박할 일은 아니다. 다만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무기를 들여올 때마다 국회비준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이다. 준 전시상태인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이 신무기를 들여 올 때마다, 국회가 비준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주한미군이 신무기를 배치할 때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미군에 부지를 제공할 때마다 우리 국회가 비준해 왔나?

둘째, 만일 국회에서 사드배치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어찌될 것인가? 사드를 되돌려 보낸다? 그러면 한국은 합의하고도 지키지 않는 나라, 합의에 따라 이미 배치된 무기를 다시 가져가라고 억지 쓰는 나라가 된다. 한미 간의 신뢰관계는 완전히 깨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맹관계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에 무방비상태가 된다면, 주한 미지상군은 결국 철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내심 바라던 미군 철수를 계기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 할 것이다.

자력으로 핵공격에 대응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의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협박이 커질수록 사회불안은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사드를 되돌려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도 안 된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픽사베이

이 와중에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국방부의 청와대 보고누락과 관련된 논란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당은 이를 계기로 청문회를 열어 보고누락을 포함하여 사드 배치 결정 등 전 과정을 조사하자고 나섰고, 야 3당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드배치가 다시 정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사드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싫으면 다시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설왕설래하는 사이 중국은 사드배치 철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 문제가 국제적으로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논란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도대체 중국이 방어용 무기 배치에 대해 무역과 관광분야 등에 보복을 가하면서까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드의 한국배치가 중국에 도대체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한국의 특사단을 만나 우회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거론하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국의 특사도 ‘중국과 관련된 중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 한국 특사가 이해한 ‘중국과 관련된 중대한 우려’는 무엇인가? 중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한 방어용 무기인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는가? 사드 배치에 관한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혹시 중국의 ‘중대한 우려’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의심하는 것이 아닌가.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의 요격뿐만 아니라, 유사시 중국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때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요격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아닐까. 중국에 파견된 특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려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요격용이라는 것을 납득시켜야한다.

둘째는 한국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는 점이다. 중국은 자기네 모르게 사드를 전격 배치한 데 대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국은 과거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나라’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 지 그 본심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 중국에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배치된 사드를 철수시키라는 중국의 주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주장에 밀려 사드를 철회한다면, 역사는 과거로 조선시대로 후퇴하게 된다. 중국은 앞으로 사사건건 간섭하려 들 것이다. 시진핑의 ‘조공’ 운운하는 발언의 저의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사드는 한국이 부지를 제공했을 뿐, 미국의 것이고, 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게 사드 철수를 요구해야 마땅하다. 구태여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면 왜 부지를 제공했느냐는 시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아무소리 못하면서 한국에만 협박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관한한 미국도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드는 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민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중국을 납득시키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드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다.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블로그]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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