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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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손바닥보다 훨씬 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휴대폰으로 딱히 게임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쓰다듬기만 두어 번. 지나가는 행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꼬마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울컥했다.

녀석 때문에 나도 꼼짝 않고 알 수 없는 기다림을 함께했다. 하늘 보고, 땅 보고, 그러다 눈을 감아도 오지 않는 누군가 때문에 녀석은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화가 울리는 것 같았다. 휴대폰 수신 불빛으로 녀석의 얼굴이 삽시간에 환하게 꽃이 폈다. 휴대폰을 한껏 귀에다 가져다놓고 들리지 않는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이제 곧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었다. 나 또한 약속시간이 다가와서 그만 자리를 박차고 지하도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다림은 이제 그만 세상 저편으로 던져버린 사람인양 미동조차 않는 목석 같았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게는 녀석의 인생에 접근할 권리가 없다고 상황을 정당화했다. 그렇게 나와는 철저히 상관없는 ‘그것’으로 차단했다. 녀석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내보내는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

사람들도 이렇게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나보다. 오늘따라 엄마가 보고싶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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