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EBS

[오피니언타임스=이지완] 최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며 미래의 반려견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사람의 언어만 할 줄 아니까, 반려견이 건네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미리미리 공부하고 싶었다. 인간의 하루와 개의 하루는 속도가 달라서 나에게 산책 30분은 별것 아니지만, 개한테 30분은 내가 여행을 다니는 것과 같은 깊이라고 했다. ‘많이많이 준비해둬야지. 그 친구 생에 있어서 나란 존재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행복한 생을 보낼 수 있게 해줘야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언어나 방법은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이렇게 활짝 마음을 열어본 게 얼마만인가 싶다.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매일 마음을 닫고 있었던 게 아닌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면서도 이해한다고 고개를 끄덕이진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너의 세계의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해 한 적은 있는지. ‘우린 모두 같아’라며 나의 세계를 강요한 적은 없는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당신한테도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들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했었느냐고, 우리는 각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한 적이 있었느냐고. 고개를 저을 수도, 쉽게 끄덕일 수도 없는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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