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문재인 대통령이 6월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가해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정지하고, 재개 여부를 공론에 부치기로 했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에서 최종 결정한다고 하는데, 시민배심원단은 설치할 법률적 근거도 없고, 따라서 법률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몇 가지 짚어보자.
먼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승인된, 무엇보다 28.8%나 공사가 진행된, 원전 건설을 중지시키는 것이 타당한 결정인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일 공사가 완전 중지된다면, 지금까지 투입된 공사비 1조6000억원에 계약불이행 보상금을 합쳐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전액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시적인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1000억원, 역시 국민 몫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다소 뜬금없는 청와대 발표가 나왔는데, “대통령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뒤이어 7월 21일 대통령은 “전력 수급에 이상이 없으면 월성 1호기도 가동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강한 의심이 생기게 된다. 과연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발표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건 막대한 비즈니스 시장을 잃는 것이다. ©픽사베이

원전논란에 대한 아홉가지 관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주도로 촉발된 원전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끓는 양상인데, 쉽게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1. 원전은 안전하며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은 세계 제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원전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한국형원자로(APR1400)’만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술적인 질문 2300여 개를 완벽하게 롱과했다. 이것이 ’신고리5,6호기’와 동일한 모형이다.

2.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원전을 증설하고 있다, 일본도 원전 재가동에 돌입했다. 이들 국가는 우리의 원전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3. 원전 건설을 중지하는 건 향후 기대 가능한 막대한 원전시장을 잃는 것이며, 차세대 먹거리를 내팽개치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4. 국내 수백 여 원전 협력업체가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이며, 수십년간 축적하고 발전시켜온 세계 제일의 원자력산업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5. 대통령 공약대로 탈원전으로 갈 경우, 원전을 대체할 다른 발전 방식이 없다. 우선 LNG는 비싸다. 태양열은 효율이 떨어지는데다 엄청난 규모의 면적이 필요하다. 풍력은 바람이 충분하지 않아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비경제적이다. 원전을 포기하면 전기값이 크게 오르고,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산업경쟁력 약화, 수출 감소, 일자리 감소도 뒤따를 것이다.

6. 중국은 자국 동해에 원전을 집중 건설하고 있는데 혹여 이들 원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편서풍을 타고 3일 뒤에는 한반도가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방안도 있는가?

7. 우리나라는 차세대 원자력, 핵융합로에서도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30년이면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융합로 1개가 지금 가동되고 있는 24개 원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핵융합로는 방사성폐기물도 없다.

8. 원전 정책의 근간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겨우 3개월, 그나마 법률적 근거도 없는 비전문가 중심의 시민배심원단이 결론을 낸다고 하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독일은 20년, 스위스는 30년에 걸쳐서 의논한 후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9. 끝으로 한전과 산업통상부는 2년 전에 추계한 장기 전력수요와 이번에 추계한 것을 비교하여 장기 전력수요가 어떤 이유로 줄어드는 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전과 관련된 주요 팩트를 정리하고 나니 결론은 쉽게 나온다.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가장 무모하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탈원전으로 갈 경우 필연적으로 전기세가 올라가며, 원전을 대체할 다른 발전 방식이 없다. ©픽사베이

대통령이 결자해지 나서야

산업통상부의 공사중지 지시도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공사중지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 절차나 기준 또는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명령하도록 돼 있다.

만일 시민배심원단이 영구정지를 결정하게 되면, 한수원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사회가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공사비와 계약 불이행 보상금 등을 한수원이 책임져야 한다.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덤터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꼬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먼저,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원자력의 중요성과 함께 관련 산업의 육성을 천명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탈 원전 공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수원 이사회가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압력을 뿌리치고 공사 중지 결정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수원 이사회의 존재이유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신 고리 5,6호기의 향방을 바라보는 말 없는 다수의 국민을 생각하기 바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모쪼록 대통령과 한수원 이사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한 마디 덧붙이면, 차제에 새 정부는 대선공약을 전면적이고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비합리적이고 타당성 없는 것은 수정하거나 폐기하기 바란다. 선거는 끝났고,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많은 것을 털고 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과 새 정부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하는 말이다.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블로그]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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