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이대현

“더우시죠? 그늘막이 더위를 식혀 드릴게요”

서울 종로 풍문여교에서 인사동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 앞 천막에는 이렇게 써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삼각지와 강동구청, 천안 성정동 등 전국 곳곳에 지난달부터 사각형의 커다란 천막이 펼쳐져 있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국지성 폭우가 기습하는 여름, 보행자들을 위해 지자체가 설치한 ‘횡단보도 그늘막‘이다. 지난해 여름에도 있었다.

대수롭지 않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뜨거운 여름 위에서는 강한 뙤약볕이, 밑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후끈한 복사열을 받으며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말 그대로 고역이다. 더구나 나이 든 노인들에게는 단 몇 십초도 위험하다. 느닷없이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이면 미처 피할 시간도 없이 옷이 흠뻑 젖는다.

그래서 ‘횡단보도 그늘막’이 반갑고, 고맙고, 정감까지 넘친다. ‘복지’가 별건가. 크고 많고 요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꼭 필요한 도움,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배려야말로 ‘찾아가는 복지’이다. ‘횡단보도 그늘막’에 잠시 서 있는 사람들이 한번 올려다 보고는 미소를 짓는 이유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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