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교육혁명②

교육혁명①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교육’으로 가자>에 이어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한국 학생들은 정말 불쌍하다. 밥 먹고 하는 것이 공부인데 공불 못한다. 성적에 매달려서 학창생활도, 낭만도, 인생도 포기하고 기가 죽어서 좀비처럼 산다. 매사에 자신이 없다. 더 이상한 것이 있다.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데도 수업 방식을 바꿀 생각을 않는다. 죽어라고 암기공부를 한다. 고시촌의 재수생들은 암기를 열심히 한다. 그런데 재수를 거듭할수록 합격률이 떨어진다. “공부 할수록 공부 못 한다”는 얘기다. 이런 공부라면 뭐 하러 하는가? 무엇이 우릴 이 꼴로 만들었나? ‘암기공부’가 주범이다. 이번 글에서는 암기가 얼마나 무서운 독(毒)인지를 살펴본다.

©픽사베이

우린 천재로 태어나 바보로 죽는다

천재·돌대가리가 ‘타고 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착각이다. 천재·돌대가리는 만들어 진다. “모든 사람은 천재로 태어났다. 그러나 사는 과정이 천재를 비(非)천재로 바꾼다(R. B. Fuller).” 신(神)이 사람들에게 준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두뇌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조하도록 교육받으면 천재가 되고, 생각을 안 하고 경직적이고 유치한 암기공부만 하면 돌대가리가 된다. 추사 김정희도 비슷한 천재론을 제시했다.

<추사 김정희의 인재설(人才說)>

추사 김정희는 그의 저서 <완당전집>에서 “인재(人才)’는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특히 김정희는 “아비와 스승이 총명한 아이를 망친다”고 간파했다. “아이들이 널리 듣고 보면서 살아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루한 지식만 쌓게 된다”고 보았다. 탁견이다.
(완당전집 제1권, 설(說), 한국고전번역원/임정기 (역)/ 1995)

아는가? 우리 꼬마들이 어렸을 적에는 모두 천재였다는 것을...

그런데 한국의 암기교육이 꼬마들을 돌대가리로 만들었다는 것을... 꼬마들이 한국말 배우는 것을 보라. 한국말은 꼬마들이 지구라는 우주별에 와서 처음 배우는 외국어다. 언어라는 것을 처음 배우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꼬마들은 한국어를 2-3년이면 마스터한다. 우리 대학생, 고등학생들은 어떤가? 학원에 다니고 과외공부도 하면서 별 짓을 다 하는데 영어가 안 된다. 어떻게 된 것인가? 암기공부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천재로 태어나서 바보로 죽는다.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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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돌대가리의 나라가 되었다

암기는 한국을 돌대가리의 나라로 만들었다. “한국인이 머리가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웃기는 얘기다. 우리가 ‘머리가 좋다’는 것은 ‘잔머리를 잘 굴린다’는 뜻이거나 ‘암기를 잘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두뇌생산’의 시대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호기심도, 창의력도, 상상력도 없다. 우린 ‘획일화된 암기지식’만 갖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국정교과서에서 똑 같은 내용을 암기하고, 똑 같은 암기식 시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암기는 우리의 사고력(思考力)을 죽인다. 우린 암기를 하면서 생각을 하는가? 아니다. 외우는 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우는 것이 쉬우니까 그냥 외운다. ‘생각하는 공부’는 시험과 성적에 당장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린 생각하지 않는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라고 했다. 우리 학생들은 “나는 외웠다, 고로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돌대가리다. ‘생각 바보(생각 장애인)’다. 암기공부가 돌대가리를 만드는 ‘공정(工程)’은 대략 아래와 같다.

'똥 대가리론'

아는가? 우린 ‘똥대가리’라는 것을. 우린 초등학교 때부터 당일치기(암기)로 시험공부를 했다. 암기한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썰물처럼 두뇌에서 빠져 나간다. 중요한 원리일수록 먼저 잊혀 진다. 반면에 쓸데없는 암기지식(예: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났다는 것 등)만 두뇌에 쌓인다. 이것이 ‘똥’이다. ‘똥 지식’이다. 이렇게 해서 머리에 똥이 가득 찬 사람이 ‘똥 대가리’다.

똥이 두뇌에 가득 차면 두뇌는 못쓰게 된다. 창의적, 논리적 사고(思考)를 할 두뇌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너는 진부하고 창의력도, 아이디어도 없게 된다. 초등학교 때의 수재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둔재로 바뀌는 이유를 아는가? 이들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암기를 남달리 열심히 한다. 그럴수록 머리에 똥도 빨리 쌓인다. 똥이 어느 한계까지 쌓이면 더 이상 외우기로 때울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왕년의 수재는 무너진다. 똥의 퇴적 정도에 따라 고교에서 무너지는 수재도 있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무너지는 수재도 있다.

한국사회는 돌대가리를 ‘우대/존경’한다. 암기식 시험을 통해 일류 학교에 들어가거나 고시에 붙은 사람 중에는 암기 시험만 잘 보았을 뿐, 창의력이 없는 돌대가리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인, 장관, 교수가 되어 한국을 좌우한다. 학생(국민)들은 이들이 부러워서 저마다 돌대가리가 되기 위해 암기/시험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면 전 국민이 돌대가리화(化) 된다.

학생들이 암기공부를 통해 획일적인 지식을 외우는 동안 사고력, 창의력 등 수준높은 내공은 사라져간다. ©픽사베이

암기는 좋은 것은 다 죽인다

학생들은 암기공부에 의해 획일적이고 경직되고 유치한 지식을 외우느라 사고력, 창의력, 직관, 상상력 및 호기심 등 ‘수준 높은’ 내공(內攻)을 다 죽인다. 자유정신과 자발성, 사기와 신바람, 패기, 열정도 죽인다. 오늘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것들은 다 죽인다. 진정 “암기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

암기는 ‘창의’도 죽인다. 창의는 “새로운 것(아이디어)을 발견하고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암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기존의 아이디어)을 비판 없이 외우는 것이다. 족보가 다르다. 암기는 직관과 통찰도 죽인다. 직관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부한 암기공부 속에서 우리의 감성은 실종된다. 지식이 흔해 빠진 오늘날 직관(直觀)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유일한 것(아인슈타인)”이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직관을 죽인다. 직관에 따라 답을 쓰면 틀리고 외워서 써야 맞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교육에는 ‘창의’도 ‘직관’도 없다. 쓸데없는 지식뿐이다. 이런 헛일만 하는 나라, 망하지 않겠는가?

암기는 시대착오/국가적 낭비다

암기는 시대착오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암기와 지식은 무의미해졌다. 암기로 외우던 지식은 컴퓨터에서 금방, 더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의사, 변호사가 고객을 만날 때, 컴퓨터를 앞에 두지 않느냐? 그러면 의학, 법학 암기공부 한 것은 뭐냐? 그런데도 우린 암기에 매달린다. 별 볼일 없는 지식을 열심히 외우고.. 또 잊어먹는다. 개인이 암기한 지식은 인터넷에서 ‘복사’한 가치 없는 ‘공짜 상품’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공짜 상품을 얻기 위해 비싼 등록금 내고 암기에 목숨을 건다. 시험이 아직도 암기식으로 나기 때문이다. 웬 국가적 낭비냐?

그러면 왜 우린 이런 시대착오/낭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지식을 숭배하고 지식에 집착하는 타성”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들은 “지식을 쌓기 위해” 학교에 간다고 한다.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교는 이제 지식을 ‘떠먹이는’ 장소가 아니다. 대화와 토론에 의해 원리를 이해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촉진시킬 선봉대가 필요하다. 지식교육의 대폭 축소, 시험의 폐지, 발표토론식 수업 등이 그러한 선봉대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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