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과이슈]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리베이트.

최근에도 동아제약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52) 회장이 거액의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에 연루돼 구속기소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베이트 근절에 앞장서야 할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제한’이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을 고쳐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리베이트 근절차원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입니다. 개정된 지침대로라면 리베이트 의약품의 경우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며 제2, 제3의 한국노바티스(주) 글리벡을 허용하는 조치라는 주장입니다.

©픽사베이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동일제제없는 단일품목이 아니더라도 ▲대체약제가 급여정지 대상 약제의 효능 일부만을 대체하는 등 임상적으로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체약제의 처방 및 공급, 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요양급여 정지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특별한 사유’로 인정하여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이에 경실련과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리베이트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 어떠한 리베이트 의약품도 급여적용 제한이 유명무실화돼 정부가 리베이트 의약품과 제약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지침을 즉각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과정를 거쳐 재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복지부가 해당지침을 고수한다면 국회와 모법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들 단체는 “복지부 주장과 달리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환자들이 아닌, 제약사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유용하는 불법행위를 엄벌해야 함에도 낮은 수준의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고질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월말 복지부가 한국노바티스(주)의 일부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정지를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대체했을 때 제약사 봐주기 처분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실제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의약품 33개에 내린 과징금 551억원은 노바티스가 1개 의약품(글리벡)으로 한해 벌어들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후에 과징금 상한을 40%에서 60%로 올린다 해도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어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베이트 사건으로 노바티스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노바티스는 오히려 더 교묘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계속 했다”며 “이러한 불법이 반복되는 것을 알고 있는 복지부가 불법을 저지른 제약사를 엄중처벌하지 않고 관련 의약품이 퇴출되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것은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일각에선 대체의약품이 없는 경우 환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을 복지부가 수용한 조치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한편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제공관행은 여전합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지난 14일 회사자금을 빼돌려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해 오너가 구속기소되기는 처음입니다.

강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와 대구 부산 등의 병원 21곳에 979차례에 걸쳐 의약품 리베이트 62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자금 736억원을 횡령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법인세 17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실제 약값보다 30∼40% 싸게 약을 도매상에 넘기고 도매상은 5%가량의 수수료를 챙긴 뒤 병원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 회장 외에 동아제약 전 대표이사, 전 영업본부장, 지점장 등 동아제약 임직원 10여명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31명도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경실련 성명>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1일 개정된 「리베이트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 정지·제외 및 과징금 부과 세부운영지침」 공개했다. 8월 10일 개정을 마친지 11일만이다. 복지부는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필요한 세부운영사항을 지침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된 복지부 내부지침에는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제한이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의 2 제1항 제4호 ‘복지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 대한 내부기준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훼손한다. 행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입법의 결과를 훼손하는 것이다. 복지부의 개정된 내부지침에 따르면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해야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제2, 제3의 한국노바티스(주)(이하 노바티스) 글리벡을 허용하는 조치이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동일제제 없는 단일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체약제가 급여정지 대상 약제의 효능 일부만을 대체하는 등 임상적으로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체약제의 처방 및 공급, 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요양급여 정지 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특별한 사유’로 인정하여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따르면 리베이트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 어떠한 리베이트 의약품도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급여적용 제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된다. 정부가 리베이트 행위를 엄벌하라는 사회의, 법의 명령을 무시하고 리베이트 의약품과 제약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개정된 복지부 내부지침은 리베이트 근절, 약가제도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문재인 케어”에도 약가제도 개선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있다. 건강보험에서 약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의약품비 지출관리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은 없고 제약사를 보호하려는 각종 시책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정부가 의료를 복지정책이 아닌 산업육성정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 이후 복지부가 내놓은 의약품과 관련된 첫 번째 카드는 사실상 리베이트 제약사의 처벌 완화이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대표되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만들기 계획에는 약가의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고 품질강화를 통해 건강한 경쟁을 이끌어내기 위한 약가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필수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복지부가 「리베이트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 정지·제외 및 과징금 부과 세부운영지침」을 즉각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과정 거쳐 재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리베이트 근절의 의지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떨쳐내고 진정한 병원비,약값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만약 복지부가 해당 내부지침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우리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와 모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즉각 착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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