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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매출 2000만원 사장은 왜 ‘알바비’를 떼먹었나[이성훈의 쑈사이어티]
이성훈 | 승인 2017.08.31 11:49

[논객닷컴=이성훈]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연재한 <최저임금을 지켜드립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지난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떼인 청년들의 제보를 받고, 노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돈을 되찾아주는 기획이었다. 증거확보를 위해 녹음기를 켜고 직접 ‘악덕사장’과 대치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다.

‘쑈사이어티’ <최저임금을 지켜드립니다> 프로젝트 영상. ©유튜브

가장 기억에 남는 제보자는 피씨방 알바 재현(가명)이었다. 그는 월 매출 2000만원을 찍는 큰 피씨방에서 지각 한 번 없이 일했는데, 사장으로부터 게으르다, 태도가 불량하다는 구실로 80만원 넘는 월급을 못받았다. 프로젝트 초반만 해도 나는 분노 비슷한 것에 휩싸여 있었다. 알바들은 땀흘려 일하는 선량한 사람들이고, 월 2000만원을 벌면서 알바의 돈을 후려치는 사장은 ‘악덕업주’, ‘악당’으로 여기고 덤벼들었다. 그런데 취재를 거듭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속사정을 알게 됐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달라졌다.

월 매출 2000만원은 신기루였다. 재무제표 상 피씨방은 도저히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이 아니었다. 임대료 월 300, 게임로열티 500, 전기료 및 관리비 150, 식자재 100, 가전제품렌탈 150, 알바월급 530… 고정지출만 합해도 1800만원 가까이 됐다. 여기에 대출을 끼거나 프랜차이즈 상호를 빌린 경우, 사실상 알바만도 못한 돈을 손에 쥐는 것이다. (여기에 PC수리 및 업그레이드 비용은 덤이다.)

설상가상으로 출혈경쟁도 있었다. 근처에 다른 피씨방이 2개나 더 들어서면서 1시간에 1000원하는 이용료를 800원까지 깎고 장시간 이용고객에게는 음식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벌이면서 얼마 안 되는 순이익이 더 쪼그라들었다. 잘나갈 때는 월 2500을 찍던 매출이 2달 만에 15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재현은 “알바에게 가게를 맡기고 놀러 다니던 사장이 나중에는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밤낮으로 피씨방을 지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절박해진 사장은 급기야 알바직원의 월급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임금착취는 한 업종이 망해가고 있다는 ‘폐업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비단 피씨방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취재하면서 만난 편의점, 소형 카페, 족발집 등 자영업자은 한결같이 ‘알바 월급주기도 버겁다’고 하소연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와 권리금, 거품 낀 납품단가, 한 동네에 비슷한 업종이 우후죽순 들어서도록 내버려두는 행정당국의 무책임함 등이 그 원인이다. 어떤 이유로도 임금착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을 ‘악덕사장’으로 내모는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해법이 보인다.

특히 임대료 문제의 경우 사태가 심각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료는 매년 9% 넘게 인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주 마음대로다. 한 자영업자는 건물주가 월 180만원대 임대료를 하루아침에 31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며 울먹였다. 무려 75%를 올리겠다는 횡포에도 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임대차보호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싶지만, 그랬다가 건물주가 괘씸죄로 계약 갱신을 거부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쫓겨나기 때문이다.

‘장도리’의 만화가 박순찬 화백의 <나는 99%다> ⓒ비아북 제공

알바-자영업자의 대결구도에서 출발한 이번 프로젝트의 끝에서 나는 더 큰 그림을 마주했다. 그것은 거대한 하나의 피라미드였다. 맨 아래층에 알바-자영업자가 푼돈을 두고 생존경쟁을 하고, 그 위에서는 건물주-프랜차이즈-대기업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서 최저임금/임대료/프랜차이즈비용/대기업갑질 등이 꼬리를 물며 피라미드 계급사회를 순환하고 있다. 단일 해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면, 그만큼 여유 있는 누군가가 양보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피라미드는 약자들에게는 살기 팍팍한 공간이다. 알바-자영업자들이 서로 물고 뜯는다. 언론도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삶을 위협한다’는 보도를 도배할 뿐이다. 이 같은 ‘을대을’ 대결은 접어두고 시장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왜곡된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폭리를 취해온 ‘갑’들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그 해법 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다음 프로젝트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조명할 계획이다.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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