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2006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나경은 아나운서는 멤버들에게 문제를 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목소리로만 출연해서 누구인지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다. 목소리만 출연한 나경은 아나운서를 두고 멤버들이 누구냐고 묻자 나경은은 “사내방송입니다, MBC”라고 대답을 한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니셜을 따 ‘마봉춘’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메인 MC였던 유재석도 프로그램 진행 중에 “혹시 이름이 마봉춘?”이라고 질문하면서 MBC에게 마봉춘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유재석과 나경은은 그 후 부부가 되었다.

<PD수첩>과 <KBS스페셜> 그리고 <돌발영상>

2008년 정권을 교체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노골적으로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3개월쯤 되는 시점에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협상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로 타결한 직후였다. 방송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촛불집회의 기폭제가 되었다. 집회가 100일 이상 이어지면서 쟁점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대운하 사업·공기업 민영화 반대로 확대되었고 급기야 정권퇴진 구호까지 나왔다.

KBS에 대해서도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 국세청,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을 총동원했다. 빈 자리에 낙하산 사장을 앉히기 위해서였다. 기자·PD들은 제작거부로 KBS 노조는 파업으로 이에 맞섰다. <KBS스페셜>은 ‘언론과 권력-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를 방송, 한국의 베를루스코니가 되려는 이명박에 대항했다. 미디어 재벌이자 세 번이나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는 그의 소유인 미디어셋에 더해 공영방송 RAI까지 장악해 방송을 정치에 이용한 이탈리아 정치인이다.

이명박은 YTN에도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구본홍을 YTN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선임 건이 통과된 바로 다음날부터 YTN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그해 10월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등 6명에게 해고 통보가 날아들었다. YTN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 제작진 등 27명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마봉춘과 고봉순 그리고 윤택남의 등장

KBS와 MBC, YTN 사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신임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제작거부와 파업을 전개했다. 경영진은 노조원을 해임하거나 징계하고, 노조원을 고소하는 등으로 불길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다른 언론사의 지지선언이 잇따랐고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이때 촛불시민들은 KBS를 ‘고봉순’, MBC는 ‘마봉춘’, YTN은 ‘윤택남’이라고 불렀다. 낙하산 사장을 투입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항거하는 구성원들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 애칭이었다.

김비서와 엠빙신으로의 변신

그러나 결국 KBS에는 이병순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가 사장으로 내려앉았다. 그러자 촛불시민들은 KBS를 ‘김비서’라고 바꿔 불렀다. 역시 KBS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MBC는 김재철이 사장으로 입성하면서 MB의 소유물처럼 돼버렸다고 ‘MB씨’ 또는 ‘엠빙신’으로 불렸다.

정권이 교체된 요즘 MBC에는 ‘마봉춘 세탁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생겼다. 지난 정권 동안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MBC 뉴스를 깨끗하게 세탁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이 페이지에는 꽉 막힌 MBC의 현 상황을 유쾌 발랄하게 비꼬는 패러디물이나 자체 제작물이 게시된다. 게시물 다음에는 “세탁이 빨리 끝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M 맙소사(재밌네), B 브라보(힘내라), C 씨바(이렇게까지 하면 좀 물러나라)” 같은 댓글들이 붙는다. ‘물러나라’는 말은 현 방문진 이사장과 사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시민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

KBS의 자회사인 KBS미디어도 ‘고봉순’이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KBS 뉴스의 SNS 브랜드로 젊은 층을 겨냥해 만화형 이미지와 짧은 동영상, 짧은 스크립트 등으로 만든 뉴스다. 시민들이 사랑해주었던 고봉순이라는 닉네임을 브랜드화했지만, KBS미디어가 홍보용으로 만든 것이고 이미지만 차용한 것이라 별 호응이 없다가 문을 닫았다.

‘정부 대변인’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시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돌마고_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다시 마봉춘과 고봉순으로

지금 새롭게 고봉순, 마봉춘이 뜨고 있다. ‘돌마고’ 때문이다.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을 줄인 이 말은 KBS·MBC 적폐이사 파면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결성된 ‘KBS·MBC정상화 촉구 시민횅동’이 만든 구호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불금파티’를 개최하고 있다.

일곱 번째 돌마고 불금파티는 9월 1일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열렸다. 방송의날 축하연이 열린 날이다. 방송의날은 9월 3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이라 금요일인 1일 한국방송협회 주관으로 축하 행사가 열렸다.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은 고대영 KBS 사장이다.

기념식 초대를 받고 충북 제천에서 올라오느라 늦게 도착했던 나는 이미 행사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전해들은 바로는 국무총리·국회의장·문체부 장관·여야 대표들이 전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적폐로 지목된 KBS·MBC 이사장이나 사장들과 함께 자리에 앉기를 거부했다는 뜻이다.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방송사 직원들과 시민들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렀단다.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63빌딩 앞에서 이날도 어김없이 열린 불금파티에서 시민들은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을 외쳤다. 정권의 품에 안겨 달콤한 꿈을 꾸고있는 KBS와 MBC에게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외친 것이다. 다음 주 KBS와 MBC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포했다. 시민과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마봉춘과 고봉순에게 돌아오라고 부르고 있다.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KBS와 MBC도 마봉춘과 고봉순으로 돌아가려고 떨쳐 일어섰다. 하루빨리 서로 만나 대동춤을 추기 바란다.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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